흥미로운 이야기를 짊어진
종이 공룡과 떠나는 시간 여행
약 6,600만 년 전 봄, 지름이 10km가 넘었던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날아왔고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정확하게 60도로 충돌했어요. 지구는 활활 불타올랐고 어마어마한 연기와 먼지가 하늘로 솟아 태양을 가렸어요. 느닷없는 단 한 번의 충돌로 지구에 살던 모든 종의 75% 이상이 멸종했어요. 중생대의 주인공이었던 공룡도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죠.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처음 지구에 나타난 파충류 집단이에요. 그러나 이때만 해도 크기가 1~2m밖에 되지 않았어요. 공룡이 커지고 다양해진 것은 쥐라기부터였어요. 우리가 공룡하면 흔히 떠올리는 거대하고 목이 긴 용각류도 이때부터 나타났고요. 그러다 백악기에 공룡의 다양성은 절정에 이르렀어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공룡도 사실 대부분이 백악기 공룡이에요. 그렇게 공룡은 거대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약 1억 3,500만 년 동안 지구의 지배자로서 군림했어요.
약 1억 3,500만 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지구에 나타난 지는 이제 겨우 600만 년 남짓이니까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번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룡은 대단히 연구 가치가 있는 존재예요. 게다가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새가 살아남은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생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어마어마한 크기,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독특한 캐릭터처럼 여겨지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은 공룡을 우리와 같은 지구에 살았던 생물이라는 점에 특히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공룡이 어떤 생물이었는지를 밝히는 여정을 찬찬하게 따라가요. 화석은 언제 어디서 누가 발견했고 발굴할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원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최근까지 어떤 연구로 어떤 사실이 드러났는지……. 이 책과 함께 중생대와 현대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돌에 박힌 뼈가 하나하나 꿈틀꿈틀 깨어나 삐거덕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가 골격을 이루고 이윽고는 우람한 지배자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거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공룡은 고생물, 그러니까 옛날에 살았던 생물이죠. 그러나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그 사실에 따라 생김새와 살아가는 방식이 끊임없이 달라져 왔어요. 그런 점에서 공룡은 지금,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존재라고 볼 수 있죠. 또한 공룡을 안다는 것은 과거 지구가 어떤 곳이었고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아는 것이기도 해요. 이는 곧 우리가 어디에서 온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일이기도 하죠.
이 책에 담긴 종이 공룡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것도 그래서예요. 꼼꼼하게 도안을 그리는 사이에 험난한 발굴 이야기가 슥슥 채워졌고, 조심스레 가위질하는 사이에 놀라운 복원 이야기가 삭삭 정돈됐고, 단단하게 풀칠하는 사이에 다채로운 발견 이야기가 꾹꾹 붙었거든요. 정교한 페이퍼 아트로 되살아난 공룡이 들려주는 과거 지구와 생물 그리고 지금 우리의 이야기 속으로 같이 떠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