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용어 익히기, 설문, 글쓰기, 명상…
전방위적 위장 줄이기 프로젝트
자폐를 알고 나서야 나를 발견했다
경증 및 고기능 자폐에 초점을 맞추고 자폐인의 위장을 다룬 이 책은 자폐인뿐 아니라 비자폐인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저자의 글쓰기가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찾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성인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부한 설명들, 특히 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와 이를 줄이라는 조언은 자신을 감추는 데서 오는 고통을 줄여주고 자아 존중감을 되찾도록 돕는다.
자폐인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폐적 특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혼자 애쓴다. 그러다 번아웃에 빠지는데 이 이야기는 자폐인의 현실일 뿐 아니라 "각자도생"의 시대를 사는 비자폐인도 공감할 만한 사례다. 자신과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자책이 일상이 되어 자존감을 갉아먹는 과정은 몰개성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남들을 따라 하고 자신을 감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사회 구조나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폐와 관련된 용어를 정리하며 글을 시작한다. 자폐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낙인, 괴롭힘, 고정된 성 규범으로 인한 자아 감추기임도 놓치지 않고 짚는다. 이어지는 자폐인과 자신의 사연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쓰다 소진돼 버리는 상태의 심각성을 전한다.
사례 뒤에는 스스로를 숨기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된다. 위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설문, 내 이야기 쓰기, 나의 성취 일기, 행동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책 안에 공간을 마련해 워크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불안을 줄이고 번아웃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명상법을 제시하며 마음챙김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도 기억할 만하다. 위장을 줄이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과 함께 좋아하던 자기 계발 활동을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는 행복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조언은 대부분 경증 자폐인을 향하지만 책과 함께 자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폐인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내가 자신을 얼마만큼 감추고 있으며 진정한 내 모습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