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착륙을 하기는 했다. 온전한 형태가 아니긴 했지만”
스페이스X의 로켓 착륙 실패 장면이 담긴 슈퍼컷이 공개되었다. 이는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팰컨9의 폭발 장면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착륙을 하기는 했다. 온전한 형태가 아니긴 했지만”
2016년 3월, 스페이스X의 야심작이었던 팰컨9는 위성 하나를 지구의 정지궤도로 보냈다. 스페이스X가 여러 번 수행한 임무였지만, 사실 착륙까지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로켓을 우주로 보내기도 어렵지만, 착륙은 특히 어려운 작업이다. 지구 정지궤도 위성은 다른 위성보다 수만 마일 더 높은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상승에 필요한 에너지가 높아짐에 따라 연료 역시 몇 배는 더 드는데, 이때 하강에 필요한 연료까지 연료통에 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달인 2016년 4월 8일, 스페이스X는 해내고 만다. 팰컨9는 CRS-8을 궤도에 올린 후 짙푸른 하늘에서 내려왔으며, 엔진을 재점화하고 드론 선박 중심에서 불과 1미터쯤 떨어진 자리에 완벽하게 착륙했다. 스페이스X는 이 착륙 장면을 유튜브 채널에 360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로써 열성적인 지지자와 많은 사람이 그 역사적 최초의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선수도 바뀌었고, 관객도 바뀌었다 : 인류의 영원한 도전과 꿈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가 올린 수많은 짧은 영상을 보고 그에게 큰 호기심과 호의를 품는다. 물론, 그가 화성 탐사 여정에서 보여주는 사차원 농담 역시 한몫했다.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 양상을 띠었던 1세대 우주경쟁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습이 언짢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우주경쟁 2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즐거운 해프닝에 불과하다.
우주탐사 초기에는 미국 NASA와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 같은 정부 주도 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만 해도 우주탐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진행하던 것이었으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이를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이제 국가 대항전에서 패배를 걱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2세대 우주경쟁에서는 선수도, 관객도 바뀌었다. 우주경쟁 2세대를 응원하는 팬층은 비교할 수 없이 두터워졌다. 벽을 마주할 때마다 실패담과 성공담이 뒤섞여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가 아닌가. 다채로운 사진, 동영상, 그리고 뒷이야기를 꿈으로 받아들이고, 또 즐길 줄 아는 새로운 관객의 시대가 조성된 것이다. 따라서 우주경쟁 2세대의 목표는 우주 개발 미션의 성공 약속과 더불어 새로운 우주 마니아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며, 지속성을 약속하는 일이 되었다.
인류를 다중행성종으로 만들고자 거대한 함대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이제 더 이상 지구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류가 살아남는 방법은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다중행성종’이 되는 것이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인류의 생존 문제는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한 우주 귀족들의 합작, 우주탐사 의지로 옮겨갔다. 조금은 황당하게 들렸던 머스크의 발언은 시험과 시험을 거치며 회의적인 인물들조차 열광하게 했다. 이제 사람들은 인류가 실제로 화성에 거주하는 꿈을 그린다. 지금 이 순간, 우주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시대보다 뜨겁다.
이러한 측면에서 브래드 버건의 〈우주전쟁 2.0〉은 우주로 향하고 싶은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주탐사 2세대에서 주요 관심사인 머스크의 로켓 재활용, 반세기 만에 재점화된 달 탄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미션〉, 달 정착과 달 기지 건설, 화성 거주, 그리고 중국의 우주 개발 상황에 이르는 새로운 우주 시대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세히 소개한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등. 우주전쟁에 뛰어든 억만장자들의 민간 우주항공 기업과 그 시작, 서로의 경쟁을 둘러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탐사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이력에서 비롯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했다. 무엇보다 화보집이라고 말해도 될 법한 시원시원하고 다채로운 도판은 우주로 날아가고 싶은 독자의 갈증을 한번에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