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은 묵묵한 태도로 삶을 지킨다. 이 세계에는 아픈 가족을 돌보며 더 나은 일상을 소망하다 고난에 처한 청년(「패밀리마트」)과 노년 여성이 있고(「선인장 화분 죽이기」), 사랑의 낭만성과 자본주의라는 현실 사이에서 낱낱의 상처를 받는 청춘이 있으며(「팩토리 걸」, 「달콤한 픽션」, 「러브 앤 캐시」), 학교 폭력에 맞서 날아오르려는 소년과(「까마귀 소년」) 생계에 타협하면서도 기꺼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년(「소설가 중섭의 하루」),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을 마감한 가족의 부재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달용이의 외출」).
시대적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최지애가 구축한 서사에는 성별도, 처한 환경도 다른 화자들이 다채로운 빛깔로 살아 숨 쉰다. 인물들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은 견고하고도 촘촘한 폭력을 내포하지만, 이들에게는 삶을 쉬이 외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고, 그 생의 면면을 놓치지 않고 조명하려는 소설가의 끈덕진 움직임이 있다. 최지애는 인물들을 둘러싼 차가운 현실을 날카롭고 핍진하게 그려내면서도 삶을 견디는 이들의 내면을 사려 깊게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 최지애가 묘파하는 쌉싸름한 “세계의 비애”(해설)를 그저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허희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최지애가 “문학이 개인의 의식과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가 개인의 의식과 감성에 영향을 끼치는 양상을 심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간주”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동시에 “여성의 일과 사랑, 청년의 실업과 가난, 노인의 현실과 돌봄, 소년의 일탈과 소외 등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최지애의 작업에 주목하며, 그가 픽션으로 포착하고 추궁하는 “사회의 참상과 일상의 균열”의 가치를 높게 산다.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는 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이 “영웅적인 선택을 하지도 못하고 엄청난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며 “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세상이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디 서로에게 친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최지애의 행보를 응원한다. 이주란 작가는 “나는 이제 각각의 이유로 경계선에 선 삶의 한 시기를 지나는 중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도래할 미래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의 고유성과 주체성이라는 것을 믿어 보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욕망을 혼동하거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둘러싸인 무수하면서도 단 하나의 삶”을 그려내는 최지애의 첫 소설집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우리의 생애가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더라도 마침내 “희망에 가까워지는”(작가의 말) 순간이 찾아오고 마리라는 사실을, 가만히 우리 손에 쥐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