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의 후계자이자 현시대 축구계의 혁신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보수적이고 엄격한 감독
이토록 복합적이고도 입체적인 인물, 펩 과르디올라의 삶과 축구 이야기
널리 알려진 대로 펩 과르디올라는 축구에 대해서는 엄청난 완벽주의자다. 훗날 많은 스타 선수들과의 충돌에 원인이 되는 엄격한 규율, 성실함을 넘어선 팀에 대한 헌신적인 플레이를 그 무엇보다 강조하는 감독이다. 그는 어떤 스타 선수라도 팀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팀의 규율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소 무자비하다 싶을 정도로 내쳤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축구 철학, 축구에 대한 신념 등에 있어 스승인 크루이프를 연상시킬 만큼 엄청나게 엄격한 사람이다. 그야말로 ‘요한 크루이프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게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그와 또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모국의 대표팀에서 활약하길 희망하는 리오넬 메시의 2008 올림픽 참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 역시 그였고, 맨시티 클럽의 레전드인 다비드 실바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모든 선수들에게 그를 위해 뛰고 그를 위해 이기자고 독려했던 일화는 오히려 매정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는 평가에 반대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선을 넘지 않는 선수들이나 그가 신뢰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유연하고 또 유머러스한 태도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반대되는 것 같은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의 특징, 혹은 그의 매력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엄격한 자신의 축구 철학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전술을 내놓았고, 스페인을 넘어 독일, 잉글랜드에서 그 능력을 펼쳐 보이며 세계 축구 역사에 남을 최고의 감독, 더 나아가 축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만한 아이콘 중 한 명으로 성장하게 된다.
여러 차례 과르디올라 감독과 기자회견에서 대면한 이성모 기자는 이렇게 평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언제 봐도 재미있는 인물이다.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가하다. 어느 날은 기자회견장에 피곤하다고 써 있는 얼굴로 입장해서 무뚝뚝하게 답변을 하다가도, 갑자기 ‘유머 모드"가 발동되어 기발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정해진 것이 없고 항상 새롭고 재미있으며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과르디올라라는 사람이고 그의 축구다. 재미있는데 성공적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최고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준으로. 축구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그것이 우리 모두가 펩 과르디올라라는 인물을 더 자세히 알고, 더 잘 알고, 더 많이 즐겨야 하는 이유다”. 과르디올라가 이토록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성격을 갖게 된 데에는 그가 삶에서 겪어 온 다양한 경험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 - 선수 13』은 지금은 강인한 감독이 된 과르디올라의 연약했던 라 마시아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시작해 FC 바르셀로나의 주장이 되기까지, 또 긴 부상으로 겪게 되는 부진,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기까지의 시간을 다루고 있는 동시에, 바르셀로나 B팀을 단 한 시즌만에 승격시킨 성공적인 감독 데뷔부터 바르셀로나 1군, 바이에른 뮌헨를 거쳐, 맨시티를 ‘펩시티’로 이끌며 트레블을 달성한 지금까지를 자세하고 생생하게 조명한다. 그리고 이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관통하는 주제, ‘과연 과르디올라가 축구 역사상 GOAT라고 불릴 만한 감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