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제조업체에 머물 것인가?
미국의 저명한 경영전략 컨설턴트 토마스 데이븐 포토는 ‘모든 기업은 가까운 미래에 빅데이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며, 결국 모든 기업은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미디어 이용 행태가 크게 변화하면서 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이해가 더욱 중요해졌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고객을 대면할 기회도 적어졌는데, 고객들은 대체로 새로운 브랜드와 구매채널을 자유롭게 옮겨가며 사용한다. 결국 화면 너머의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선 끊임없이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최적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나이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존재감을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시장과 소비자, 경쟁자 인사이트를 얻지 못합니다. (…) 결정적으로 브랜드가 데이터의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면, 기업은 고객과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놓쳐 먼 훗날 그저 이름 없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_ 본문 31~32쪽에서
데이터가 고객이 브랜드에 머물도록 하는 핵심 요인임에도, 적지 않은 마케터가 데이터 혁신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 마케팅은 결국 자본과 체계가 마련된 대기업에서나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을 한꺼번에 투입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 자주 활용하는 ‘린 스타트업’이나 ‘애자일’ 같은 방식도 있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교체되고 기술 발전의 속도도 가속화된 상황에, 고객 피드백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은 제품 개발에 따른 시간과 노력은 최소화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욕구는 기민하게 해결해준다.
고객은 결국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할 때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마련이다. 만족한 소비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 브랜드를 소셜미디어에 추천한다. 소비자의 92%는 다른 어떤 광고 형태보다도 친구나 지인의 구전과 추천을 훨씬 더 신뢰한다고 하니, 데이터를 활용한 구매경험 설계의 중요성은 이제 명백하다. 핵심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최소한의 작은 실행을 해보는 것이다. 아직 체계화된 조직이나 시스템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데이터 분석만으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데이터는 재료일 뿐,
완성은 마케터에게 달렸다!
데이터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데이터는 외적으로 나타난 결과나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분석 과정을 거쳐야만 그 가치가 확인됩니다. 데이터 분석 도구나 데이터 자체가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습니다.” _본문 80쪽에서
《마케팅을 바꾸는 데이터의 힘》에서 저자는 가공하지 않은 원석과 같은 데이터를 마케터가 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많은 마케터가 데이터에서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서 단지 데이터를 많이 모아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그저 현상을 보여주는 원석과도 같다. 데이터에서 무엇을 읽어낼지는 마케터에게 달렸다.
예를 들어, 대대적인 회원가입 프로모션을 집행하고 결과를 분석했더니 광고 효율도 높아졌고 방문자 수도 크게 늘어난 반면 매출 증가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정보를 얻었다면, 마케터는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데이터 분석의 가장 보편적인 원리는 ‘쪼개기와 늘리기’다. 만약 기존 고객보다 신규 고객의 구매전환 비율이 낮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광고를 집행한 매체별로 쪼개어 구매전환율을 분석해볼 수 있다. 업종 관련 중소형 매체보다 대형 포털이 더 많은 광고비를 들였음에도 이벤트 참여율만 높고 구매전환율은 낮다면, 다음 이벤트 프로모션에서는 전자의 광고 비중을 높이자고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다. 혹은 분석 범위를 늘려서 ‘신규 회원가입자’를 가입 시간 혹은 성별과 연령대, 거주 지역 혹은 관심사로 적용 범위를 늘려서 분석해볼 수도 있다.
데이터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 이탈률이 높다면, 이탈한 사람들의 공통적 특성을 파악해서 앞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큰 고객과 예상 이탈 시기를 파악할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면 특정 고객의 예상 이탈 시점 직전에 개인화된 할인 쿠폰이나 혜택을 제공해서 이탈을 사전에 방지해볼 수도 있다. 이처럼 데이터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인사이트가 보인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이제 마케터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능력이다. 그동안 데이터 마케팅의 흐름이 전술을 전수하는 데 주력해왔다면, 《마케팅을 바꾸는 데이터의 힘》은 전략을 설계하는 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직접 집행한 광고부터,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은 데이터 마케팅을 두루 담아냈으니, 탄탄한 전략을 바탕으로 실행된 전술이 어떻게 기존의 마케팅과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를 탄생시키는지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걱정과 불안을 기회와 의욕으로 바꾸어준다” - 최인아, 최인아 책방 대표
★★★ “데이터리스 마케팅의 허점을 짚는 진정한 데이터 마케팅의 세계를 안내하는 책” -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 “데이터 뒤에 있는 소비자, 가치, 브랜딩과 같은 마케팅의 본질을 일깨운다” - 최인철, 커니 코리아 파트너
소비자는 마음을 알아주는 마케팅에 관대하다
잠재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어주는 마케팅의 진화
마케터라면 ‘고객 관계 관리(CRM)’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넘어,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춘 제품을 추천해주는 일까지 가능하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추천해주고, 심지어는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마음을 먼저 알아줄 때 잠재고객이 충성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넷플릭스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구독자가 시청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필터링’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용자의 80%가 이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사실만 봐도 개인화 마케팅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종종 마케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객도 좋아할 것이라고 믿곤 한다. 반면 데이터는 ‘객관성’과 ‘대표성’이 주된 특징인 만큼, 마케터 개인의 스테레오타입이나 업종의 관습에서 벗어나 고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자사 고객 데이터(퍼스트 파티 데이터)만으로는 소비자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사 충성고객은 20대 여성에 포진해 있는데, 여기에 전체 시장에선 40대 여성이 구매력이 높다는 데이터가 더해지면 마케팅 타깃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분석 범위를 우리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는 경쟁사 고객 데이터, 시장 트렌드를 보여주는 데이터(서드 파티 데이터)까지 확장해야 고객을 입체적으로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사전 정의한 고객 페르소나와 실제 광고 집행 후 유입된 고객 페르소나가 일치하지 않는 경험이나, 자사 충성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행한 광고가 효과가 없던 경험이 있다면, 퍼스트 파티 데이터만으로 타깃 오디언스를 설계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퍼스트 파티와 서드 파티 데이터를 종합한 고객 페르소나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광고에서 ‘공감’을 얻어내는 핵심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타깃 페르소나 집단이 공유하는 경험은 무엇인지, 앱을 가장 많이 활성화하는 시간대나 공통 관심사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광고에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크리스마스 전후에 타깃 페르소나를 ‘40대 가치 지향 소비자’로 잡고,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파티 다음 날 느끼는 피로도와 창밖의 SUV가 주는 만족감을 빠른 호흡으로 교차한 DA(디스플레이 광고)는 타깃 소비자 누구나 겪었을 만한 에피소드로 이전 광고보다 무려 200~600%의 효율을 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내야 할 ‘퍼포먼스’는 무엇인가?
숫자 지표에 매몰된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분야가 있다면 단연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자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과연 퍼포먼스를 내고 있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데이터 마케팅의 정수라 여겨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데이터리스 마케팅’이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의식은 앞으로 데이터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종종 광고 효율과 핵심 성과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도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성장이 멈춰버리는 한계에 부딪히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소비자가 광고를 얼마나 클릭했는지, 회원가입을 했는지, 앱을 설치했는지와 같은 눈앞의 숫자 개선에 지나치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고객의 최종 목표 반응 행동만을 광고 성과로 인정하는 ‘라스트 터치 어트리뷰션’ 방식을 채택하기에 저번보다 나은 숫자 지표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알고리즘은 평소 광고 효율이 높은 고객 데이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저자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타기팅이 과연 적절한지에 의문을 품고, 이를 휴대전화를 사러 매장에 들어가는 고객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제 단순히 광고 효율이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용어 그대로 마케팅의 관점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광고 효과를 단지 클릭이나 페이지 방문, 앱 설치 또는 회원가입으로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구매전환까지 이르는 고객경험 전체를 바라봐야 합니다.” _본문 209쪽에서
소비자 없는 마케팅은 광고비 낭비와 진배없다. “마케팅 활동에는 한 가지 수단만 있는 것이 아니”며, 결국 마케팅의 본질은 “끊임없이 소비자를 설득하고 최종 목표인 구매전환으로 이끌어가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마케터이지만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소비자이니,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사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마케팅이 진정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선 조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더 중요한 가치에 광고 효율을 양보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에서는 휴면 고객이지만 같은 카테고리의 비즈니스에서는 고관여 유저인 소비자가 있다면, VIP 고객을 잡기 위해 광고 효율을 포기해야 한다. 진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면 중요한 소비자를 단순히 광고 효율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놓쳐선 안 된다.
이제는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이전에 노동집약적인 역할이 필요했던 업무가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접고 보면, 이는 곧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정량적 측정이 매우 어려웠으나, 이제는 TV와 모바일을 연동해서 데이터 기반의 성과 측정과 최적화가 가능해졌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예술의 영역만이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의 마케팅이 데이터의 도움으로 소비자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학적 예술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