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좋아하는 식물학자의
노래 이야기, 노랫말 속 식물 이야기
중국 역사서에 기록된 우리 민족의 특징에는 하나같이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녁과 밤이 되면 으레 남자와 여자가 무리 지어 노래를 부른다.” -《후한서》
“그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나라의 읍락에서는 저녁과 밤에 남자와 여자가 무리 지어 노래하며 춤을 춘다.” -《삼국지》
“그 풍속은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밤이면 남자와 여자가 무리 지어 노는데 귀천이 따로 없다.” -《위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래방 보급률 세계 최고에, 누구나 애창곡 한두 곡쯤은 있다. 그러기에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살아남았고, 이제는 한류 음악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락에 노랫말이 더해지고 그 노랫말이 의미와 상징성이 있으면 더 공감을 얻어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특히 꽃은 공감하기 쉬운 노랫말이라는 게 노래를 좋아하는 식물학자 유기억 교수의 주장이다. ‘찔레꽃’을 예로 들어보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백난아가 부른 ‘찔레꽃’ 노랫말이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김교성이 만든 곡에 김영일이 노랫말을 썼다. 일설에 따르면 김교성이 북간도로 공연을 갔다가 만난 독립투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 이후 많은 실향민에게 사랑받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여전히 즐겨 부른다. 여기서 찔레꽃은 그리운 조국 혹은 고향을 상징한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이연실이 부른 ‘찔레꽃’ 노랫말이다. 1930년 《신소년》에 실린 이원수의 동시를 1972년 이연실이 개사했다. 여기서 찔레꽃은 어린 시절 배고픔을 상징한다.
“하얀 꽃 찔레꽃 (…) 서러운 찔레꽃.” 국악인 장사익이 1995년에 발표한 ‘찔레꽃’ 노랫말이다. 여기서 찔레꽃은 외세에 시달리는 백의민족 혹은 지배층에 시달리던 우리 민중을 상징한다.
이처럼 우리 정서를 담은 노랫말을 통해 오랜 세월 우리와 애환을 함께한 식물을 좀 더 깊이 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식물을 모르고 부를 때와 알고 나서 부를 때 느낌의 차이가 분명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중가요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찬송가 등 3044곡을 분석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식물 136종 가운데 2회 이상 나오는 69종을 대상으로 하되, 야자수와 레몬, 파파야같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 않거나 ‘갈잎’처럼 추상적인 의미를 띠는 15종을 제외한 54종에 관해 설명했다.
등장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구성했으며, 노래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필자의 식물에 대한 경험과 느낌, 특징, 이름의 뜻, 학명의 뜻, 비슷한 종류와 비교, 꽃말 등을 서술했다. 아울러 식물의 특징이 담긴 사진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