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의 필요성
문화산업이란 무엇인가? 문화와 관련된 모든 논의가 그렇듯 문화산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인생의 적지 않은 시간을 문화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소비하는 데 보낸다.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생각을 형성하며, 정체성을 구축하고, 동시대적 경험을 공유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영위하는 문화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생활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공재의 형태로 존재한다. 문화산업은 이러한 공공재적 문화에서 일부를 취해 상품화함으로써 이윤을 생산한다. 그런데 문화의 상품화는 상품화되지 않은 또는 상품화될 수 없는 문화적 요소들에 의존한다. 이처럼 비상업적이거나 탈상품화된 문화는 상품화된 문화를 포괄할 뿐 아니라 그것의 존재 조건이자 근거이기도 하다. 이는 겉보기와 달리 이 두 범주가 고정되거나 상호 대립하지 않으며,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상품화된 문화와 탈상품화된 문화는 지속적으로 서로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복잡성, 역동성, 다면성, 그리고 제한성에 유념해 문화산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의 일반론, 핵심 산업 각론, 주요 이슈
총 3부로 구성된 문화 사회학 필독서
이 책은 1부 이론과 관점, 2부 핵심 산업 분야, 3부 주요 이슈,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일반론으로서 문화산업에 관한 이론과 관점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여기서는 지구화의 문제와 문화 매개의 개념에 대해 다룬다. 2부는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문화산업의 주요 부문들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을 제공한다. 뉴미디어, 영화, 방송, 패션, 웹툰 산업을 다룬다. 3부는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을 벗어나 문화산업을 관통하는 주요 이슈에 관해 논의한다. 젠더, 구별 짓기, 노동, 도시, 국가 정책 등의 내용이 3부를 구성한다. 각 장에서는 주제를 더욱 잘 이해하고 사고를 심화할 수 있도록 주요 용어와 개념을 설명한 ‘박스’,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길잡이가 될 만한 ‘더 읽을거리’를 소개했다. 각 장의 간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지구화와 문화산업」은 20세기 말 이후 인류의 보편적 상황이 된 지구화의 맥락에서 문화산업에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기존의 국민 국가적 질서를 전제한 문화산업 이해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으며 지구화라는 조건은 문화산업의 의미와 활동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상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2장 「문화 예술 생태계와 문화 매개자」는 문화 매개의 개념을 통해 건강한 문화 예술 생태계의 조성을 고민한다. 문화 매개란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말로, 문화 매개의 다양한 이론과 실천을 일별해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문화산업에서 매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ᅠ
3장 「뉴미디어의 발전과 가시성의 문화」는 뉴미디어 현상을 가시성의 개념에 초점을 맞춰 논의한다.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은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재조직되었다. 이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가시성의 한계가 확장되는 한편, 이러한 변화가 가져오는 예기치 못한 결과와 그 의미에 대해 심도 깊은 사회학적 성찰을 전달한다.
4장 「한국 영화 산업 구조와 특징」은 고전적 문화산업의 하나인 영화 산업에 관한 논의다. 한국의 영화 산업에 초점을 맞춰, 그 역사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 영화 시장의 특성과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 분석을 수행한다.
5장 「방송 산업과 OTT 플랫폼」은 OTT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 이후 방송 산업의 변화와 행위자들의 전략에 관해 논의한다. 전통적 텔레비전 미디어와 신흥 OTT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선보인다.
6장 「패션과 유행의 사회학」은 패션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다. 패션은 오랫동안 사회학의 매력적인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 장은 의복과 화장을 중심으로 패션의 기원과 기능에 관한 다양한 사회학적 관점을 소개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논의한다.
7장 「플랫폼 시대의 웹툰 산업」은 웹툰 산업에 대해 플랫폼화에 초점을 맞춰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들은 플랫폼화가 초래한 시장 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한 생산·유통·소비 방식의 변화,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8장 「대중문화산업과 남성성/여성성의 재현」은 문화산업 영역의 고질적인 성별 불균형 문제가 어떻게 특정 성별 고정 관념을 재생산하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고정 관념에 근거한 미디어의 재현 양상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성별 불평등 규범을 강화시키고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지 검토한다.
9장 「취향 존중의 시대, 문화산업 속 구별 짓기」는 취향의 사회적·위계적 속성을 설명하면서, 취향을 통한 사회적 구별 짓기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규정하는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10장 「복잡미묘한 디지털 창의 노동」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부상한 창의 노동에 대한 담론 형성 및 창의 노동에서의 성적 불평등성에 주목해 한국의 디지털 게임 산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개발자들의 노동 과정 및 노동 경험을 검토한다.
11장 「문화산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은 문화산업과 도시의 관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것은 도시 경관과 공간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에 관해 논의한다. 지구화와 포스트 공업화의 국면에서 도시 경제의 총아로 떠오른 문화산업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한 공간적 약탈에 동원되는 방식에 관해 설명한다.
12장 「문화산업과 국가 정책」은 국가 정책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 기술적 환경에서 문화 상품의 국제 교역이 문화적 다양성 증진과 정체성 보호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