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크발 마시의 위대하고 존엄한 발걸음을 따라서
‘이크발 마시’는 어린이 노동 해방 운동의 거대한 상징이다. 파키스탄의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이크발은 가족의 빚 단돈 600루피(당시 한화로 약 1만 5천 원 정도) 때문에 고작 네 살에 카펫 공장으로 팔려 왔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면서 받는 일당은 1루피뿐이었다.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이 악의적인 구조 안에서는 결코 빚을 갚을 수 없음을 깨달은 이크발은 그 부당함과 불합리에 맞서 끊임없이 싸운다.
또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공장을 탈출한 후 파키스탄 ‘노예 노동 해방 전선’의 리더 에샨 칸 을 도와 자신처럼 착취당하고 있던 수많은 파키스탄 어린이들을 구조한다. 더 나아가 미국, 스 웨덴 등 국제적인 회의와 행사에 참여해 비참한 어린이 노동 착취 현장을 증언하며 전 세계인 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1995년, 의문의(하지만 파키스탄의 ‘카펫 마피아’일 거라 의심되는) 괴한이 쏜 총을 맞고 열두 살 나이에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만다.
《난 두렵지 않아요》는 이런 이크발의 용감한 삶을 바탕으로 한 다큐 픽션이다. 이크발과 같은 카펫 공장에서 일하고, 함께 그곳에서 탈출한 ‘파티마(가상 인물)’의 차분하면서도 쓸쓸한 회상은 그들이 처해 있던 끔찍하고 잔혹한 환경과 상황을 더욱더 조명한다. 자신의, 자신과 같은 아이 들의 자유를 되찾고자 했던 이크발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위협과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 의지를,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많은 어린이들을 마음 깊이 헤아려 보자.
■ 그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 _이크발이 선물한 자유
《난 두렵지 않아요》에는 이크발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어른들의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그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무기력 에 젖어 있다. 오히려 카펫을 찢으며 저항하고 계속해서 탈출 시기를 노리는 이크발을 보며 ‘바보 같’고 ‘소득’ 없는 일이라고 놀려 댄다.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은 없다고 자조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크발은 말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뜻이야. 우린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야 해. 노 예처럼 쇠사슬에 묶여 방직기 앞에서 일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_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뜻이야. 우린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야 해. 노 예처럼 쇠사슬에 묶여 방직기 앞에서 일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이크발은 카펫 공장 밖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처한 암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은 결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이크발 이 아이들에게 선물한 것은 바로 자유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강자라는 이유로, 부자라는 이유로, 기득권이라는 이유로 한 인간의 자유 와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이크발의 고귀한 발자취는 이 당연한 명제를 새삼스레 다시 생각 해 보게 한다. 이 당연한 명제를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을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 지금은 얼마나 변했나? _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어린이 노동 착취
상점에서 ‘파키스탄제’라고 적힌 카펫들을 본 날을 기억합니다. 저는 아주 슬펐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어요. 그것들이 불법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아니까요. 어 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나라에 도움을 주지 마세요. 어린이의 손에 일할 도구가 아닌 공부 할 연필을 쥐여 주세요. _이크발 마시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에 따르면 학교가 아닌 일터로 나가는 어린이 노동자 수는 1억 6천만 명에 이르고, 이 중 5~11세 어린이 노동자 수는 그 절반을 차지한다. 심지어 건강, 안 전, 윤리적 측면에서 어린이에게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17세 미만의 노동자는 7,900만 명에 달한다.
《난 두렵지 않아요》가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크발이 억 울한 죽음을 당한 지 약 삼십 년,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지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 노 동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노동 문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 정의의 완전한 반대편에 서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평온한 삶 저편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잃은 채 고통받고 있을까? 《난 두렵지 않아 요》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다.
● 줄거리
파키스탄 카펫 공장에서 일하다 탈출해,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소녀 ‘파티마’는 종종 자신과 함께 일했던 소년 ‘이크발’에 대해 회상한다. 파티마가 이크발을 처음 만났던 것은 자 신이 일하던 공장에서였다. 뛰어난 카펫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이크발은 세 번이나 공장을 옮 겨 다닌 상태였다. 노동 착취와 부당한 대우에 맞서 공장주들과 싸웠기 때문이었다. 파티마가 일했던 공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크발은 이러한 실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부패 경찰에게 이끌려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게 되고, 주인에게 모진 학대를 받는 다. 하지만 이크발에 이러한 저항에 마음이 움직인 파티마와 많은 아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이크발의 두 번째 탈출을 돕는다. 탈출에 성공한 이크발은 ‘노예 노동 해방 전선’의 리더 에샨 칸의 도움으로 공장 주인을 경찰에 넘기게 되고, 공장에 남아 있던 아이들도 모두 구조하기에 이른다. 이크발은 이를 계기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크발은 이내 카펫 마피아의 음모로 인해 열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괴한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한다.
● 이크발 마시Iqbal Masih (1983~1995)
파키스탄 외곽의 작은 마을 무리드케에서 태어났다. 겨우 네 살이었을 때, 집안의 빚 600루피를 갚 기 위해 불법 카펫 공장으로 끌려가 쇠사슬에 묶인 채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일했다. 하지만 이크발이 받은 일당은 고작 1루피(당시 한화 약 24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카펫 공장주들은 기술 훈련 비용, 식비, 일하다 저지른 실수에 대한 벌금 등의 명목으로 그나마의 일당도 깎았다.
이크발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자신이 만들던 카펫을 찢으며 노동을 거부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이크발은 공장주에게 많은 구타를 당했고,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열 살이 된 이크발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구금 상태에서의 노동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공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파키스탄 노예 노동 해방 전선(BLLF)과 함께 일하며 파키스탄 어린이 만여 명의 탈출에 힘을 보탰다. 또한 불 법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 변호사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크발의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지며 많은 이들에게 어린이 노동에 대한 실태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 다. 이크발은 스웨덴 스톡홀름 노동 문제 회의에 참석해 어린이 노동의 현실을 증언했으며, 1994년 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행동하는 청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5년 봄, 이크발은 고향 마을에서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다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 때 이크발의 나이, 열두 살이었다. 암살의 배후에는 파키스탄 카펫 마피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크발의 짧은 생애는 전 세계 어린이 노동 해방 운동의 거대한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이크발의 업 적을 높이 기리며 스웨덴 ‘어린이 인권을 위한 세계 어린이상 재단(WCPRC)’은 2000년 이크발을 ‘세계 어린이상’ 첫 수상자로 선정했고, 미국 노동부는 2009년 ‘이크발 마시상’을 제정하여 어린이 노동 착취 근절에 힘쓴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고 있다. 또한 2022년에는 파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파키스탄 사회에 대한 용감한 공헌을 인정받아 시민상 ‘시타라 에 슈자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