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징, 영광, 생명(신원)의 주제로 알아보는 요한복음 신학&영성 해설서
30년 넘게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와 관련된 강의를 해온 이기락 신부가 ‘요한복음 신학&영성’ 시리즈를 출간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표징의 책), 《다 이루어졌다》(영광의 책), 《나다》(생명의 책_예수님의 신원) 총 세 권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성경의 통시적ㆍ공시적 방법론에 기초한 주석서라기보다는, 여러 학자들이 땀과 노력으로 탐구하여 일구어낸 요한복음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의 한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설명하는 해설서이다. 저자는 특히 독자들이 성경에 계시된 심오한 진리와 신비에 부담 없이 접근하면서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간한 『주석성경』(2010)에서 제시하는 주석 내용을 기본적 토대로 하고, 여러 학자들의 학설과 주장을 성서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측면에서 요약 정리하면서, 첨삭하고 부연설명하기도 하였다.
전능하시고 거룩하시며 무한히 초월하시는 하느님과 그분에 관한 계시의 말씀이 수록된 성경의 계시는, 유한하며 나약하기까지 한 우리 인간이 완전하게 알아듣고 깨달을 수 없는, 우리의 지성을 무한정 뛰어넘는 신비이다. 그럼에도 성경은 사람으로 태어나신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여전히 우리를 초대한다. ‘요한복음 신학&영성’은 그 길로 들어서도록 내미는 손길이다.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도록 하는 예수님의 표징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킴으로써 시작된 예수님의 기적은 죽어서 무덤에 묻힌 라자로를 살리는 기적으로 이어진다. 요한은 눈에 보이는 기적 너머를 향해 그 안에 포함된 ‘표징’을 가리킨다. 예수님의 기적은 당신의 영광은 물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당신의 신원을 계시하고 이에 대한 믿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하나의 기적으로 일으키신 표징은, 그 자체로 종말론적 사건이 되며 이를 일으키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촉구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표징 너머에 별 관심이 없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표징 이후에 예수님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라며 무서운 질책을 하였다. 빵을 많게 한 표징을 체험한 사람들조차 예수님이 누구이신가를 깨달아 믿기보다는 빵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표징과 수행하신 사명은 이 세상의 상황을 뒤바꾸어 놓는다. 눈먼 이들은 예수님을 믿어 눈을 뜨고 또 하느님의 계시를 깨닫게 되는 반면, 잘 본다고 곧 현명하다고 자부하는 자들은 구원의 빛을 가져다주시는 분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심으로써 ‘세상의 빛’이심을 스스로 밝히신 예수님께서,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표징을 통하여 당신이 이 세상의 ‘부활이요 생명’이심을 계시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