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통해 아무리 강조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됨’입니다.
입시 성적이 평가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쟁에 찌들어 치유할 수 없는, 병든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불안 대신 평안을 마음에 품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실 요즘 세상에서는 더더욱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휘몰아치는 사건 사고에 안타깝고 한없이 무력한 기분에 젖어들기도 하고,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반복되는 일상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다. 게다가 가족과 관계되는 일은 자잘한 문제가 끝없이 생겨나는데, 아이 문제는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이는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자 다짐하지만 현실은 늘 날마다 전쟁이다.
‘못해 준 게 없는데, 왜 저럴까?’ ‘우리 애만 왜 이리 끈기가 부족하지?’ ‘게임이 애를 망쳐 놓았나? 아님, 유튜브?’ ‘인성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할 텐데.’ ‘다 필요 없고, 무사히 잘 살아가기만 해도 좋겠어.’ 이 사회를 살아가며 안팎으로 무엇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는데, 학교와 교육 현장에서마저 ‘갑질’이라는 단어를 더는 떨쳐 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우리는 저런 적 없는데.’ ‘그런 부모가 정말 있구나.’ 시종 놀람과 충격으로 실태를 마주하고 있지만, 모두가 안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로부터 완전히 무해할 수 없음을. 그 어떤 이도 좋은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고 떳떳하게 자신할 수 없음을. ‘부모’로서의 자아와 ‘학부모’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교사와 학생, 부모 모두가 고통 속에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학부모의 간섭이나 학생의 버릇없는 태도 때문에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은 핑곗거리의 하나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학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 다만 무엇이든 ‘선을 넘으면’ 말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단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적 아집이 학부모 자신과 아이를 병들게 하고 있진 않은지, ‘사람됨’을 가르치기보다 입시 준비에 어영부영 급급해 왔던 학교 교육이 오래도록 관성처럼 내려오다가 지금의 위기에 봉착한 게 아닌지,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고 있는 저자가 서슴지 않는 직언에 따끔하고도 명쾌한 해법을 얻은 듯하다.
부모님의 체면 때문에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이의 미래는, 아이의 삶입니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 내게 필요한 해법을 하나 찾았다고 해서, 다른 문제들이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정답’이라면 정답일 수 있겠다. 그 누구도 문젯거리 없이 살아갈 수는 없고, 고민이 해결되었다고 앞으로의 모든 일이 순탄하리라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지금 우리의 삶 속에 ‘고전’을 불러낸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어도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삶의 바른 가치는 언제나 하나의 큰 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기에 우리는 여전히, 아니, 앞으로도 계속 고전을 읽어 나가고 그 속에서 성찰과 사유를 발견하며 생의 어려운 순간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아닐까.
이명학 저자는 혹여 읽는 이들이 고전으로 ‘뭔가 가르침을 준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담담하게 글을 써 내려간다.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소회를 정리해 보는 방식으로, 1부 ‘마음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쉼표’ 2부 ‘태도의 지혜를 발견하는, 쉼표’ 3부 ‘행복의 가능성에 가닿는, 쉼표’ 4부 ‘함께하는 우리를 꿈꾸는, 쉼표’에 이르는 동안 고전의 바다에서 가슴에 새길 만한 좋은 글을 통해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독자를 차분히 이끈다. 숲이 우거진 ‘옛길’을 찬찬히 걸으며 삶의 여유와 지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저자는 전작에서처럼, 우리가 한 번쯤 들어 봤거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한자어 혹은 낯설거나 새로운 한자어의 속뜻도 알기 쉽게 설명하며 고전 명구를 적확히 이해하고 흥미롭게 글에 몰입하도록 한다.
어쩌면 지금의 삶이 흔들리고 불안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주변 이야기와 흐름에 무작정 휩쓸려 아이를 몰아세우고 생각이 초조해진 까닭 아니었을까. 단순히 바라보자. 다른 사람이 내 아이 흉을 보면 기분 좋을 리 없다. 왜냐, 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그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전한다. 자신의 편함과 이로움만 생각하는 욕심과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나를 살피고 타인과 세상을 따스하게 헤아리는 방향이 교육의 참된 목적이 되어야 함을 말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저자는 재차 힘주어 이야기한다.
한 번의 성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창창한 인생길이 정해질 리 없음을 누구보다 인생 선배인 우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의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듯 모든 아이가 살아갈 모든 삶의 방향을 응원하고 든든히 지켜보자는 저자의 제안이 큰 울림으로 가슴 깊이 다가온다. 커다란 것, 작은 것, 둥근 것, 찌그러진 것, 심지어 부서진 조각도 있으나 모양이나 크기가 어찌 되었든 모두 밤하늘에서 빛을 내며 반짝이듯이 아이가 지닌 그 고유한 ‘빛’을 존중해 주자고. 비단 아이들뿐일까. 『부모, 쉼표』를 읽는 동안 우리 안에도 저마다 희망과 긍정의 씨앗이 반짝, 담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