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2023년 블루피터상 최종 후보작★
인간의 건축 스승이 된 동식물 이야기를 들어 봐요!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와 30 세인트 메리 엑스,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센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로 꼽히는 이 건축물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청색 기술’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점이지요. 청색 기술은 생물체에서 영감을 얻는 "생체 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생체 모방(bio-mimicry)"으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인간의 생활을 개선하는 친환경 기술을 말합니다.
강철과 투명 패널로 지은 초대형 온실, 에덴 프로젝트는 벌집의 육각형 구조를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벌집처럼 최소한의 재료만 써서 만들었지만, 대단히 튼튼하지요. 30 세인트 메리 엑스는 거센 파도도 너끈히 이겨 내는 해면을 골격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해면의 골격은 ‘침골’이라고 불리는 작고 뾰족한 유리 조각으로 이루어졌지만 어떤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은 열대 과일 두리안처럼 뾰족한 뿔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뿔 모양 특수 덮개는 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열기는 막아 주고 빛만 건물 안으로 들여보낸답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흰개미 집에서 영감을 얻은 건물입니다. 건물 맨 아래층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건물 꼭대기에는 굴뚝을 세워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게 했지요. 덕분에 에너지 사용량이 같은 규모 건물의 1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이렇듯 인간의 건축에 영감을 준 동식물을 소개한 이 책은 영국 BBC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블루피터상 2023년 지식 정보책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블루피터상은 어린이들이 직접 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전작 《덕분에 발명!》은 지식 정보책 부문 2022 최우수 도서로 선정된 바 있지요. 《덕분에 건축!》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든 건축 기술은 ‘인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인간의 건축에 얼마나 많은 영감을 줘 왔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의 답이 바로 자연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지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쾌적하게 살아가는 법,
동물 선생님에게 재미있게 배워 봐요!
《덕분에 건축!》은 장마다 새로운 동물 캐릭터가 등장해 자신이,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이 인간에게 알려준 비법을 익살스럽게 소개합니다. 지렁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동물은 수줍게, 공작처럼 화려한 동물은 거들먹거리면서 말이지요. 동물이 어린이에게 직접 들려주듯 쓴 데다 한 단락씩 나누어 배치한 글은 지식 정보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저학년 어린이도 거뜬히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윤예지 작가의 그림 또한 그 이름만으로도 반가운 데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화려한 색감으로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빼어난 점은 어린이를 향한 동기 부여에 있습니다. 산호충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 칼륨으로 석회암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만드는 데서 착안해 바닷물에 이산화탄소를 섞어 시멘트를 만드는 놀라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바닷가에 널리고 널린 홍합의 족사를 연구해 강력하고 물에 강하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접착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은요? 연잎이 왁스 성분의 작은 돌기로 뒤덮여 있어서 오염에 강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빗물만으로도 청결을 유지하는 유리, 타일, 페인트 따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동식물이 이런 첨단 기술의 보고라는 점도 놀랍지만, 그런 동식물을 연구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내는 이들이 있다는 점 또한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아직 인간이 모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동식물의 재미있는 특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긴 귀로 사막의 열기를 식히는 캘리포니아멧토끼, 온몸을 뒤덮은 은빛 털로 햇빛을 반사하는 사하라은개미, 코로 날숨에 섞인 아주 적은 수분조차 잡아내는 낙타, 피부에 난 홈으로 모래 속의 수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도깨비도마뱀……. 이런 동식물들의 이야기가 어린이에게 자연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기술을 꿈꾸는 이들의 대열에 서게 할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