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물류 이야기에서
물류는 전쟁에서 기원했다. 말하자면 군사 작전의 한 분야였다. 군수물자 보급을 뜻하는 프랑스어 ‘logistique’에서 유래했기에, ‘물류’ 하면 흔히들 ‘로지스틱스’를 떠올린다. 우리말 ‘물류’는 일본이 만든 말 ‘물적유통’의 줄임말로, 일상생활이나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전하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지만 물류와 관련한 이야기는 역사에 무수히 많다. 이 책은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음식에 관련한 이야기에서부터, 슈퍼마켓의 기원, 마피아와 우유 유통기한, 피자 가게의 배달 시스템, 그리고 택배와 해외직구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과 밀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많은 것들이 알고 보면 물류의 근원에 닿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특히, 케밥이나 햄버거 등 널리 전파된 음식은 물론이고 육회나 순대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음식도 실은 오래전 세계 곳곳의 척박한 환경과 위험한 전쟁에서 유래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의 첫 챕터인 〈From. 역사 속 물류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그만큼 물류는 우리 인간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활동이다.
오늘날 물류 이야기까지
저자는 물류를 ‘종합 예술’이라고 말한다. 물건을 단순히 ‘배달’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류는 ‘물류비 지급 조건 결정 - 출하 - 내륙 - 해상 - 항공 운송 - 하역 - 반입 - 통관 - 재고 관리’ 등 일련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수많은 활동이 따라붙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었다고 해도 ‘물류라는 과정’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판매에 차질을 빚고 악성 재고가 늘게 되어 곧 기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챕터인 〈To. 오늘날 물류 이야기〉에서는 물류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최근 ‘반도체 전쟁’과 관련해 다시 조명 받는 타이완 수출가공구를 시작으로, 쿠팡, 자라, 포에버21 등 물류와 관련한 기업을 톺아본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물류 전쟁을 펼치는 국가와 기업의 사례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길이 녹록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언제나 길은 있는 법. 기발한 발상과 과감한 행보는 없는 길을 만들어 새로운 항로를 열어주기도 한다. 척박한 땅 홋카이도에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코로나 탓에 손님이 끊긴 ‘료칸’의 해법은 무엇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페이퍼컴퍼니가 꼭 필요할까, 북한에 이는 자본주의 바람의 정체와 물류의 역할은 무엇일까, 자라는 어떻게 물류를 활용해서 경쟁력을 확보했을까 등, 물류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통해 물류쟁이인 저자는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깨알같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