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제어하는 능력
기업가정신의 정통 논리에 맞서는 창조적 기업가정신, 이펙추에이션
역사적으로 기업가정신 연구 분야에서 인과관계적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주류 논리로서 교육되어 왔다.
인과관계론은 미래는 미지의 영역임에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짐작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업가는 자신의 선호와 우선순위를 잘 파악한다고 가정하며 환경은 개인의 행동에 외재적으로 작용한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가정신 분야의 책 대다수가 그렇듯, 정확한 예측과 명확한 비전 그리고 철저한 시장조사를 강조한다.
하지만 사라스바티 박사는 실제로는 위의 가정들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현실에 적합한 논리인 이펙추에이션 논리를 적용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펙추에이션은 인과관계론과 정반대다. 인과관계론자는 사전에 규정한 이상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낸다. 그와 반대로 이펙추에이터는 주어진 수단에서 출발하고 비예측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효과를 창조한다. 인과관계론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한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이펙추에이터는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한 예측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 이펙추에이션은 목표보다 과정에, 자원보다 이해관계자에 의존적이다. 인과관계 논리를 따라 많은 기업가가 이상적인 먼 미래를 쫓는 가운데 이런 이펙추에이션 논리는 기업가 개인이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기업가정신을 격려한다.
불확실한 현실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이펙추에이터가 되는 비밀
이펙추에이션의 5원칙
1. 수중의 새 원칙: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아는가, 누구를 아는가. 먼저 이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해 자기 자신과 주변을 파악하고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수단을 중심으로 계획한다.
2. 감당 가능한 손실 원칙: 기대 수익보다 잃을 각오가 되어 있는 기대 손실에 집중한다. 기회가 눈에 띌 때까지 기다리거나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지 않는다. 또 기회가 명확하다면 자기 눈에만 보일 리 없다. 수익을 올리는 것만이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아님을 아는 사람들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대 손실을 제어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더 집중하고, 이로부터 기회를 창조할 수 있다.
3. 조각 퀼트 원칙: 체계적인 경쟁자 분석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에 사업 설계 단계의 시작부터 파트너십을 쌓는다. 파트너를 고객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고객을 파트너로 전환하기도 한다.
4. 레모네이드 원칙: 전통적인 경제모델에서 뜻밖의 일은 오류 용어로서 사용된다. 하지만 레모네이드 원칙에 따르면 모든 뜻밖의 일은 꼭 나쁘지만은 않고, 좋든 나쁘든 예기치 못한 상황은 새로운 창업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조종사 원칙: 낙관적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더라도 스스로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가를 기업의 성공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업가 개인의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기업가정신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
현존하는 기업가들의 성공이 증명하는 이펙추에이션
아무도 응원하지 않았지만 비범하게 성공해 낸 사람들의 이야기
책 속에서 이펙추에이션 논리는 사라스바티 박사의 연구뿐 아니라 실제 현존하는 기업가들의 사례를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저자는 커피 전문 회사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 거대 폐기물 처리 기업 브라우닝페리스의 창립자 톰 팻조, 거대 사무 용품 기업 스테이플스의 창립자 토머스 스템버그, 250년 이상 세계 최고의 도자기를 생산해 오고 있는 웨지우드도자기의 창립자 조사이아 웨지우드, 넷스케이프의 전신인 모자이크통신회사의 창립자 짐 클라크와 마크 앤드리슨과 빌 포스, 헐하우스를 세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제인 애덤스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킨 실제 기업가들을 예시한다. 그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데 내린 의사 결정 단계를 빈틈없이 짚어가며 전 과정에 걸쳐 이펙추에이션이 실현된 모습을 독자 앞에 펼쳐 놓는다. 실제 기업가들의 사례를 해부하듯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은 과연 이들을 ‘이펙추에이터’라고 부르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깨달게 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
넷플릭스 창립자 마크 랜돌프와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의 유명한 이 경구는 이펙추에이션을 관통하는 문장들이다. 예측 가능한 정적 세계에서 벗어나 벤처라는 불확실한 역동적 세계에서 이펙추에이터는 정확하게 예측하려 들지 않는다. 인과관계론자와 다르게 이펙추에이터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현실을 관찰하며 손에 잡히는 자원을 활용해 미래를 직접 창조해나간다. 인과관계와 이펙추에이션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두 논리 모두 미래에 대한 장악력을 추구하므로 전문 기업가는 기업의 생애 주기에 따라, 그리고 기업가의 전문성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병용하거나 택일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영학계에서 가르쳐온 인과관계적 의사 결정 논리가 전부가 아닌 것은 자명하며, 오히려 독자는 실제 성공한 기업가들이 이펙추에이션 논리를 기반에 두고 창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업가 개인의 잠재력과 창조성을 강조하는 이 책으로써 기업가로서의 전문성과 내실을 다지고 든든한 멘토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