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의 축구 키즈들 활약하는 또 다른 세대,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다
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간혹 월드컵 축구 중계에서 우리나라 국민에게 참으로 생소한 해설이 들리곤 했다. 유럽의 어느 선수는 어느 명문대 대학원에 다니는 중이라더라, 어느 선수는 나중에 의사가 되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해설자들이 전하는 가십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와 너무도 문화적 격차를 느끼게 했다. 당시 축구부라고 하면 언제나 학급 출석부에 이름만 있는, 교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 없는 학생의 이미지로 기억되던 우리의 엘리트 체육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그러던 상황이 2002년 월드컵 이후로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었고, 심지어 이제 그 이후의 세대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한국 축구판에 20대 프로 피지컬 코치가 등장하게 되는 참으로 낯설고도 신선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의 중심 속에 있는 국내 유일 20대 프로축구 피지컬 코치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축구의 현장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독이 원하는 전술, 전략을 충실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선수의 몸 상태를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전문가로서 피지컬 코치가 지녀야 할 본질적인 모습을 이 책은 담아내고 있다.
20대 최초의 축구 피지컬 코치가 된 손동민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묘하게도 자연 속 진화의 원리가 인간 사회 어느 곳에나 비슷하게 적용됨을 느낀다. 크나큰 환경적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생태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는 존재들은 언제나 기존 생태계의 정점에 있던 생명체들이 아니다. 오히려 뭔가 이질적이고, 한때는 기존 생태계에서 생존을 고민하던 존재들이,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완벽히 적응하여 최상위 레벨로 진화한 후 다른 형태의 생태계를 주도하게 된다. 공부하는 축구선수, 책 읽는 축구선수였던 다소 낯선 손동민 선수가, 인생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피지컬 코치로 자리 잡게 되는 데에는 평소 다져진 4개국어에 능통한 그의 외국어 실력, 축구 피지컬 코칭에 관련된 전공에 대한 철저한 준비, 새로운 시스템에서 요구되는 자격증들을 발 빠르게 취득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적응 과정이 있었다. 따라서 피지컬 코치가 되려는 후속 세대들이 그의 이야기 속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지점은 축구나, 다른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의지와 노력, 긍정적 사고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축구 피지컬 코치가 되기 위한 가이드로 머물지 않고, 현재의 MZ세대가 자신의 운명을 헤쳐나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긍정적 표본으로서도 귀감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