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 하고,
맨날 하기 싫은 것만 하래!
한별이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축구팀에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럽다. 전학을 와서 아직 친한 친구가 없는 한별이에게 말을 걸어 주는 건 바이올린 교실에 함께 다니는 민지뿐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별이는 축구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별이 엄마 김선녀는 몸이 약한 한별이가 거친 운동을 하다가 다칠까 봐 걱정한다. 그러나 한별이는 안다. 축구팀에 들어가려면 다른 엄마들과도 친해야 하는데,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친하기는커녕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한별이가 여태 축구팀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을.
바이올린 교실에 가서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면서도 한별이는 운동장에서 멋지게 골을 넣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한별이는 왜 축구를 못 할까? 축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 본 적이 없어서 못 해요
김선녀는 결혼을 하고 한별이를 낳은 뒤 삶이 바뀌었다. 마치 선녀가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나무꾼 집에서 살게 된 것처럼. 한때 무용과 센터로 무대를 누볐지만, 지금은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한별이는 예전 사진에서 본 엄마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엄마 마음이 궁금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변형한 이야기를 쓰고 그리면서 한별이는 지금 자신의 상황과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엄마가 밖에 나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할 때, 한별이는 해 보지 않은 일에 겁을 내고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녹색 학부모회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처럼 느껴졌던 김선녀, 그리고 뭐든 못 한다, 안 한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한별이. 이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엄마도 엄마를 미워하지 마
축구팀 에이스 병준이와 승부차기를 하게 된 한별이는 병준이를 꼭 한 번 이겨 보고 싶어서 열심히 축구 연습을 한다. 연습을 한다고 해도 병준이를 이기는 건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한별이를 보며 김선녀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김선녀는 못 한다, 안 한다 대신에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한별이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드디어 밖으로 한 걸음 나갈 용기를 낸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지만, 부모 역시 아이를 보며 배운다.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부모와 아이는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좋아하는 축구도 하고, 잘하는 바이올린도 하면서 한별이는 ‘사랑의 인사’라는 곡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사랑의 인사를 먼저 건네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의 인사를 먼저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한 미소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별이가 연주하는 ‘사랑의 인사’는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