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를 통해 정통 스릴러, 깜짝 놀랄 반전 미스터리로 단숨에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정해연 작가는 신작 『못 먹는 남자』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주인공, 제영. 하지만 죽음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예견하는 것은 살기 위해 음식을 먹을 때뿐. 그런데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제영 한 사람이 아니었다. 『홍학의 자리』가 착실하게 미스터리를 쌓아나가면서 궁금증을 유발했다면, 『못 먹는 남자』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상황에 따라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쫓아가게 만든다.
‘못 먹던’ 남자, 특수 설정 스릴러의 ‘평범한’ 주인공
주인공 제영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타인의 죽음을 보는’ 능력 외에는 한없이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옥죄는 운명의 굴레를 풀어헤칠 방법을 찾아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를 추적하던 끝에 거대한 위험에 휘말린다. 간절히 살고 싶어 하면서도 사람의 목숨을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는 ‘중개인’에게 입바른 소리를 참지 못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다. 매 순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고, 그래선 안 될 것 같은 시점에 어처구니없이 사랑에 빠지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선 김을 확 빼버리는 농담을 던진다. 이 남자는 딱 그만치 평범하게 인간적이고, 그런 만큼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못 먹는 남자’였던 제영은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적과 싸우고, 사랑하는 사람과 교류하며 차츰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몸에 힘이 돌수록 서슴없이 더 큰 위협에 몸을 날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한 서스펜스다. 본인은 모르지만 자신의 대적자 중개인과 과거에 인연이 있었고,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안위를 위협받는다는 지점은 더더욱 그렇다. 무기력하게, 오로지 ‘그럼에도 살고 싶어서’ 살아왔던 인생은 사랑하는 솔지의 쓴소리와 중개인의 궤변을 들어가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고, 그 결과 힘없이 감당하기만 하던 인생의 향방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바꿀 힘을 얻는다. 얼굴을 아는 타인의 운명을 무작위로 엿보는 능력이 있는 것치고는 ‘평범한’, 그렇기에 더더욱 익숙한 조형의 주인공이다. 그런 사람이 이끌어가는 스릴러는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새롭게 다가오는 긴장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