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외침, 안 AN
편안할 안(安),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같은 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자는 작은 흥분을 느꼈다고 한다. ‘안녕’/‘AN NINH(안 닌)’, ‘안전’/‘AN TOÀN(안 또안)’, ‘안락’/‘AN LẠC(안 락)’, ‘평안’/‘BÌNH AN(빈 안)’, 베트남어와 한국어 둘 다 따듯하고 다정한 느낌의 같은 말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의 현실은 늘 어딘가 불안하다. 이곳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렇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있어도 마찬가지다. 아무 탈이 없는 삶을 바라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 같은 답답함이 가슴을 누른다. 저자 역시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용기를 내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도 마음 한구석 불안을 모두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안(安)이라는 글자에 매달린다. 저자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주민이 안녕하고 안전하고 안락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이 다 평안하고 이주민과 평등하게 잘 어울려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오늘도 마음속에서 외친다. 안 An이라고...
안 An에 화답하고, 안 An을 위한 동행의 첫걸음
한국 주민의 4%를 차지하는 이주민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타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얼굴을 마주해야 우리 안에 그가 들어올 수 있다. 우리 또한 이러한 조우를 통해서만 성찰적 존재로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주민과 이주 현장에 대한 기록은 선주민에 의해 쓰여졌다. 그런데 이주여성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와 이주 현장은 선주민의 기록과 닮으면서도 다르다. 이 책은 국제결혼이 많지 않던 시기에 베트남에서 이주하여 한국 사회를 살아낸 한 개인의 분투기이자 이주민 인권 현장에 뛰어든 활동가의 기록이다.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상상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납작하고 협소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안 An에 화답하고, 안 An을 위한 동행의 첫걸음을 제시하고 있다. 아름답고 진솔한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함께 웃고, 분노하며, 이주민의 삶에 다가설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한 그리움에 져버렸다”라는 향수에서, 내 아이들로부터 “엄마, 사랑해!(Mẹ ơi! con thương mẹ lắm! 메어이, 꼰 트엉 멜람!)”라는 말을 모국어로 듣고 싶었다는 고백에서,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업주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나 분노가 솟아오르고 어떨 때는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해 절망에 빠진다는 자책에서 우리는 결혼이주민이며 이주노동 활동가인 저자에 공감하며 공존의 방법론을 찾아 나가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모두 이 동행에 기꺼이 참여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주민이 안녕하고, 안전하고, 안락했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염원이 곧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