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은 쪼렙, 인지력은 만렙! 극단의 능력치를 지닌 인터넷 해결사, 마고 머츠
꽁꽁 숨은 악마 같은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법과 행정의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디지털 탐정의 분투기
부부이자 재치 있고 기발한 단막극을 쓴 작가로 손꼽히는 두 저자는 이 소설의 서사에 두 개의 중심축을 세워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그 하나는 사교성은 부족하지만 사회적 모순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꿰뚫어볼 줄 아는 사춘기 소녀의 통찰력이다. 마고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불륜을 저지르고, 도박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정의 동요 없이 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개인을 넘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공의 영역에서 정의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사실에 몹시 분개한다. 마고가 혼자 힘으로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 ‘루비’를 박살 내고 주모자들을 밝혀낼 것을 다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고는 이웃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섹스팅 스캔들’의 전모가 밝혀지고 난 뒤 가해자 몇몇이 정학을 당했을 뿐, 오히려 피해자인 여학생들 전원이 경찰에서 주관하는 ‘사생활 보호와 신체 지각’이라는 강의를 들었다는 사실(심지어 피해자 중 몇몇도 정학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나 행정당국에서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생각임을 깨닫는다. 정의는 평등한 법이 아니라 재력과 권력 그리고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소설 속의 이야기는 너무도 현실적이다. 독자는 그녀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사회성이 부족한 그녀가 용의선상에 떠오른 이들에게 어떤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파헤쳐 나갈지, 과연 그녀의 뜻대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그 뒤를 흥미진진하게 쫓아가게 된다.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를 박멸하려는 마고의 노력은 다른 한편으로 은둔형 외톨이 기질을 지닌 그녀가 동굴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래와 마땅한 공감대를 찾을 수 없었던 마고는 감성보다 이성으로 사람이나 상황을 분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고, 말도 섞기 싫은 용의선상의 인물들에게 접근해야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마고는 조금씩 변화한다. 표면적인 대인관계에 배려와 연모, 실망과 증오 등 복잡다단한 감정이 파고들면서 감정의 고저가 휘몰아치고 마고는 어느새 사람 냄새가 나면서도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볼 줄 알게 된다. 이 소설에는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지적 능력은 뛰어난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서사가 담겨있다.
과연 마고는 극악무도한 악마 같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다분히 현실적인 결말로 밀도 높은 인과관계를 완성하고,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위해를 가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범죄에 비해 너무도 부족한 사법 제도의 시스템, 더 나아가 사건이 밝혀져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불행해지는 사회의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