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간 고모의 이름도 수아라고?”
수아가 수아에게 건네는 ‘다름’의 의미
이름에서 이름으로 이어진 그리움. 바로 수아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이다. 수아네 가족은 수아가 태어난 날, 끝끝내 찾지 못한 고모의 사망 신고를 하고 수아에게 고모의 이름을 물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고모는 스웨덴에 살고 있었고, 오랜 세월 그리워한 혈육을 만나러 온다. 하지만 고모를 만난 뒤 수아네 가족의 그리움은 당혹감으로 바뀌고 만다. 40년 만에 만난 고모의 가족은 백인 동성 파트너 카린과 입양한 흑인 딸 엘마,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아빠는 고모와 할머니 사이에서 진땀을 흘린다. 수아 또한 머리로는 ‘다름’을 이해해 보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 진실을 숨기는 등 고민의 응어리를 온전히 풀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수아의 고민과 질문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와 다른 모습을 보면 자꾸 뒷걸음치게 된다고? 그런 친구들에게 수아가 말한다. ‘다름’을 받아들이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고.
“아주 빠르게, 긴 시간을 넘어오지 마시오!”
‘라곰’의 또 다른 말은 ‘존중’
이 작품은 수아네 가족이 ‘라곰 패밀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고 어긋난다. 왜냐하면 저마다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자식을 잘 돌보지 못해 잃어버리고, 또 먼 나라로 떠나 보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런 탓에 고모에게 애써 잘해 주려고 한다. 고모에게 아무리 ‘넘치게’ 표현해도 ‘부족한’ 할머니의 사랑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고모를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고모는 자동 번역기를 통해 말한다. “아주 빠르게, 긴 시간을 넘어오지 마시오!” 이 말은 가족들에게 딱딱한 기계음만큼이나 차갑게 전해지지만, 수아는 결국 ‘라곰’의 또 다른 숨은 의미가 ‘존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랑은 넘칠 수 있지만, 넘치는 사랑으로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이게 라곰 패밀리의 시작이 아닐까?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라곰 패밀리〉는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대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눈높이아동문학대전은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1993년 제정된 이래, 매해 우수한 작품과 역량 있는 작가를 선보이며 그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문학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문학이 지닌 힘을 믿고, 문학의 역할을 고민해 온 눈높이아동문학상의 이번 선택은 〈라곰 패밀리〉이다.
‘심사 위원의 말’ 중에서
〈라곰 패밀리〉는 ‘다름’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다. 나와 다르거나, 주위 사람들과 다른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처음 마주할 때, 누구나 주춤거리며 뒷걸음치곤 한다. 좋음과 싫음을 떠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경우도 많다. 겉모습이 다를 수도 있고,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럼 나와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가는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전개로 ‘다름’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