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놓는 변명을 겸해]
2018년 12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일문화연합’이라는 단체의 창립식이 열렸습니다. 창립식 후에 세미나가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차세대 역사 7적 후보’라고 하여 제 이름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역사 7적(처음엔 5적), 선대역사 7적과 후보 3적, 준역사 7적과 후보 4적을 거론하고 그 다음에 차세대 역사 7적을 선정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역사학자를 “일제식민사학자들이 철저히 왜곡하며 우리 역사를 폄하하고 축소한 이론을 검증 없이 무조건 추종하였다”라는 이유로 매도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여러 역사 사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과연 제가 유사역사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무 검증도 없이 무조건 추종하고 있는 사람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그간 신문, 잡지,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을 한데 모았습니다. 한 권의 체제에 맞추기 위해 많이 손을 봤음에도 어떤 글은 청소년이 대상이고 어떤 글은 성인이 대상이어서 문장 사이에 다소 편차가 있습니다. 이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앞서 펴낸 『유사역사학 비판』이나 『하룻밤에 읽는 조선시대사』 등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쓰고자 했고, 이전 책에서 분량을 고려해 간략하게 언급할 수밖에 없던 부분을 자세히 논증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각 편이 독립적이어서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괜찮습니다만, 유사역사학 관련은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이 부분의 개념을 알고자 한다면 맨 마지막 편을 먼저 읽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유사역사학을 붙여서 사용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단어로 ‘유사한 역사학’이 아니라 그냥 ‘유사역사학’입니다.
다른 저자의 글에 ‘유사역사학’이 등장하는 경우 ‘유사 역사학’이라고 띄어서 쓰곤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편집자들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면 명사와 명사의 결합은 띄어 쓰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사역사학’은 영어 pseudohistory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하나의 명사로 취급해야 합니다. 이를 ‘사이비역사학’으로 옮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영어 단어 역시 하나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유사’와 ‘역사학’을 떼어놓으면 ‘역사학’의 한 종류처럼 여겨지는 착각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유사역사학은 역사학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단어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 책에는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지만 온전히 유사역사학 비판을 위해 쓴 글들은 아닙니다.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상식을 바로 잡고 싶은 생각으로 쓴 글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한 글이며 책의 제목 역시 그 연재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잡지 연재는 분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축약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생략한 부분을 가능한 한 되살렸습니다. 또 연재 글에 있던 사소한 오류도 모두 바로 잡고자 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책이 어떤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에 경도되거나 유사역사학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불쏘시개일 수 있습니다. 동심으로 역사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동심 파괴 수준의 책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상식이 보강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과 정면충돌하는 이야기를 보면 그다지 환영하지 않곤 합니다. 필자를 향한 믿음이 큰 경우라면 오히려 저자 의견에 경도되는 쏠림 현상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역사작가인 제 경우에는 반감만 사고 마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누군가는 광야에서라도 진실을 외쳐야 하기 때문에, 평생 해온 대로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역사학이 개척한 영역을 소개하고 다 같이 역사 이해의 지평을 넓히길 희망하며 이 책을 내놓습니다.
여기에 실린 견해는 대부분 역사학자의 연구에 의거한 것입니다. 참고도서와 참고논문을 통해 참조한 자료를 밝혔습니다. 때로는 본문에 명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누락된 자료가 있어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 어떤 잘못이 있다면 제 책임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