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난징 대학살,
전쟁의 아픈 역사에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무엇인가?
답답함과 분노를 넘어 연대와 행동을 일깨우다!
난징 대학살은 중일 전쟁 중에 일본군이 벌인 극악무도한 사건이다. 20세기 아시아에서 벌어진 가장 큰 전쟁인 중일 전쟁은 중국과 일본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중일 전쟁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확대로 이어졌고 점령지의 민중은 난폭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희생되어야 했다. 난징 곳곳에 위안소를 설치한 일본은 대만, 중국, 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지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준다고 속이거나 납치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했고, 점령지의 남성들도 강제 징용해 가혹한 노동과 반인권적인 폭력을 겪게 했다. 중일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잊힐 만하면 터지는 영토 분쟁으로 지금도 동아시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 작품은 난징 대학살에 가담했던 일본인 병사 아즈마 시로가 노인이 되어 종전 후 처음으로 다시 난징을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즈마 시로는 천황의 병사로 나라를 위해 중일 전쟁에 참전하지만 납치, 살인, 강간이 횡행한 일본군의 만행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실수로 위안소로 보내진 중국 여성을 구하는 과정에서 참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쟁 중 일어난 폭력 사건으로 근신과 보직 변경을 명령받은 아즈마 시로는 포로 수용소에서 끔찍한 대량 학살을 목격하며 실망감과 회의감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상관은 황군답게 행동하라며 학살을 부추기고 결국 주인공은 나무토막을 자르듯 사람의 목숨을 자르며 학살에 가담하고 만다.
이 작품에서는 ‘난징의 쉰들러’라 불렸던 욘 라베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나치 당원이었던 독일인 기업가 욘 라베는 ‘난징 국제 안전 구역’을 설치해 25만 명의 중국인을 살인과 폭력, 강간으로부터 지켜주었다. 또한 독일 귀국 후 극도로 궁핍해진 욘 라베에게 난징 시민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구호품과 성금을 보내주었다. 살육이 만연한 참상의 현장에서 피어난 인류애와 연대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뚜이부치,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는 난징 대학살 당시 일본군 병사로 학살에 가담했고 50년 후에 난징을 찾아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 실존 인물 아즈마 시로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재구성해 창작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피해자를 고려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난징 대학살 관련 기밀 문서를 공개했고, 이 문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25년 전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조간신문 기사에서 처음 ‘난징 대학살’이라는 사건을 알게 된 작가는 6주 동안 30만 명 학살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그때까지 몰랐다는 것에 놀랐고, 국내에 난징 대학살에 관해 알 수 있는 변변한 자료조차 없다는 것에 또 놀랐다. 자신의 그림으로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던 작가는 10년에 걸친 자료 조사에 기반한 상상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으로 ‘제4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처음으로 ‘난징 대학살’을 다룬 그래픽노블 《뚜이부치,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를 완성한 최덕현 작가는 주인공 아즈마 시로가 50년 만에 전하는 사과의 말 “뚜이부치(对不起)”를 통해 진심 어린 사과의 무게와 용기야말로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하는 행동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