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인간, 나아가 우주 전체의 구원을 목표로 하는 종교다. 여기서 말하는 구원은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 전체가 죄와 죽음이라는 질병에 걸려 있으며, 이 질병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로부터 유래하여 인류 전체에게 유전(혹은 전가)되었다는 것이 전통적인 입장이었다. 그 결과 인류 전체가, 그리고 인간의 행동과 운명이 결합된 우주 전체가 죄에 오염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교회가 견고하게 붙들었던 “타락”과 “원죄” 교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왜 최초의 인간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내가 무작정 연루되어야 하는 거지? 이것은 너무 불공정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인간이 선험적으로 죄인이라는 기독교의 주장 자체를 싫어한다. 현대인들이 느끼기에, 기독교의 원죄 교리는 불공정할 뿐아니라, 괴기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교리다. 여기에 20세기 후반들어 유전학과 고인류학이 크게 발달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과학의 주장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신석기 시대에 등장한 한 쌍의 부부가 아니라 최소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동시에 출현한 1만 명 이상의 그룹이다. 따라서 과학의 발견에 따르면 창세기의 첫 3장의 “진실성”이 극히 의심스럽게 된다. 과연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배우는 인류의 조상 이야기와 학교에서 배우는 최초의 인류의 역사 간에 벌어지는 엄청난 간극과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20세기 후반 들어 서구의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기독교가 고수해 온 “타락과 원죄” 교리가 암초에 부딪혔음을 진지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문제 해결의 시도를 한 데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다섯 가지 전통에 속한 기독교 학자들이 나와서, 인간의 타락과 원죄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고, 상대의 입장을 날카롭게 비평한다. 이런 종류의 책이 늘 그렇듯이, 서구의 신학자들은 첨예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인격과 학문적 성과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아우구스티누스-개혁주의 입장을 옹호하는 한스 마두에미는 창세기 1-3장이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난 사건이며, 따라서 아담과 하와의 타락이 인류 전체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긍정한다. 온건한 개혁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올리버 크리스퍼는 아담과 하와가 범죄하여 타락한 것은 긍정하지만, 최초의 인간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나머지 인류에게 전가되었다는 것은 부정한다. 각각의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웨슬리주의 입장을 증언하는 조엘 그린은 원죄 개념을 부정하며, 죄를 모든 사람이 아담의 죄에 자기 의지로써 연루되어 획득하는 질병으로 이해한다. 이 경우 하나님은 죄인을 심판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같은 존재다. 동방 정교회의 편에 서서 원죄 개념을 설명하는 앤드루 라우스는 서방 기독교가 표방한 창조-타락-구속 질서 대신에 창조-신화(deification) 구도가 성서적이라고 주장하며, 성서의 진정한 강조점은 인간의 타락 이야기를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행위를 통해 인류가 신성화의 은총에 참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수정 가톨릭주의 편에서 글을 기고한 타사 와일리는 현대 과학의 성과에 비춰볼 때 창세기 1-3장의 타락과 원죄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신학적 이야기일 뿐이며, 인류의 원죄란 “(타자를) 적절히 사랑하지 못한 죄”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따라서 인류가 이 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타자를 온전히 사랑한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삶으로써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교파에 상관없이 창세기 1-3장을 문자적 사실로 믿고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나머지 인류 전체에 미친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심과 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그런 경향이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에서 설교자들과 성경 교사들은 타락과 원죄 교리에 관한 여러 입장을 숙지하고 각각의 주장이 내재한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여 교회 구성원들 사이에 건전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런 의제로 고민이 깊은 사람이라면 본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 기독교라는 큰 바둑판 위에서 어느 지점에 놓인 돌인지를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 과학의 세례를 받은 지성인들과 젊은 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가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 책이 그 실마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모쪼록 이 책의 출간을 통해, 자신이 속한 신학적 입장과 전통에 상관없이 이 주제가 갖는 무게감을 진지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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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에서
이 책은 원죄와 타락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입장의 교단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서로 논증하고 대화한다는 뜻에서 흥미를 끈다. 이 책에 실린 신학적 대화를 꼼꼼히 읽어나간다면 분명히 한층 균형 잡힌 시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김정훈 | 부산장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이 책은 원죄와 타락 내러티브에 대한 다섯 가지 견해를 대변하는 사람이 각자 자기 소견을 말하고 다른 네 가지 입장에 대해 질문하고 비평하는 책이다. 이 다섯 가지 주장 모두가 인간의 존엄을 옹호할 영적 패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유익하기에 다섯 입장의 토론은 우리를 성장시켜준다.
김회권 |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독자는 자기 편과 다른 편을 정해놓고 우호적으로 적대적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각 진영의 성경 해석 방법과 논리 전개에 흠뻑 빠져 그들을 이해하려는 “생각의 연습”이 필요하리라. 열린 마음과 치밀한 이성으로 자세히 읽고 난 후에 “원죄와 타락”이라는 주제가 내가 알고 있던 좁은 신학적 시야를 상당히 넓혀주게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인간의 원죄는 무엇인가? 인간의 타락은 무엇인가? 다섯 저자들은 원죄와 타락 교리를 그들의 고유한 관점에서 주의 깊게 해석하고 오늘의 삶의 자리를 의식하며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원죄와 타락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오늘의 재해석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전 철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 조직신학
원죄와 타락에 관한 주제만큼 교회 설교 강단에서 자주 선포되는 메시지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리라. 야웨 하나님의 말씀을 신실하게 주해하고 신학을 정련하고자 하는 청지기와 같은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에게 공히 정독을 추천한다.
주현규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이 책은 다섯 명의 탁월한 신학자들이 펼치는 고급스러운 세미나의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은 기독교 신학에서 중요한 주제인 원죄와 타락에 대한 많은 오해가 풀리고, 좀 더 명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차준희 |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 한국구약학회 회장 역임
이 책은 원죄 교리에 관한 현재의 논쟁에 대한 탁월한 개관 역할을 할 것이다.
케네스 키슬리 | 사우스이스턴 침례 신학교 L. 러스 부시 신앙과 문화 센터 시니어 신학 교수 겸 이사
나는 저자들이 다른 각도에서 원죄와 타락의 신비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이 논의가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관대하면서도 비판적인 논의를 제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응답하게 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매트 젠슨 | 바이올라 대학교 토레이 아너스 연구소 부교수
다섯 명의 기고자들은 죄악되고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의 상태를 이해하고, 세 번째 천년기에 신학적 탐구와 조사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풍성한 자원이 교회 안에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아모스 용 |풀러 신학교 신학 및 선교 교수이자 신학 학장 및 문화간 연구 학장
이 책에는 인간의 영원한 곤경에 대한 다섯 가지 신학적 설명과 아담의 타락 이야기와 그 결과를 해석하는 다섯 가지 방식이 제시되어 있다. 저자들 각자가 네 명의 다른 저자들에게 제시하는 답변들은 핵심적인 요점뿐만 아니라 각각의 장점들과 약점들을 파악하는 데도 특히 유용하다.
케빈 J. 밴후저 |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 조직신학 연구 교수
이 책에 제공된 논의의 수준은 오랫동안 시민의 대화를 위한 길을 닦을 것이다. 이 책은 수업 시간에 토론할 수 있는 멋진 책이지만 수업을 제시간에 끝내리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스캇 맥나이트 | 노던 신학교 신약학 교수
우리는 모두 원죄 교리를 믿지만, 아무도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원래 개발된 원죄 교리는 신학적 유물이 되었다. 우리는 오해를 풀고 향후 원죄 교리와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뛰어난 자료를 제공하는 명확한 제안들을 제시받았다. 평화주의적인 자세로 쓰인 이 책에 추가적인 숙고를 요청하는, 구체적이고 경쟁하는 선택지들이 제시되어 있다.
윌리엄 J. 에이브러햄 | 댈러스주 남감리교 대학교 웨슬리 아우틀러 석좌 교수, 대학교 저명 교육 교수(2021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