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2022년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
전 세계 30개국 판권 계약!
“흑마법 같은 소설이다. 사악한 이야기를 터무니없이 우아하게, 고혹적으로 들려주고, 어느 순간부터 저항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 ‘진짜’인가, 이 궤변을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 이런 묘사가 괜찮은가, 같은 생각들을 잊고, 어, 안 되는데, 안 돼, 하면서 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올해 읽은 소설 중 최고였다. 푸틴이나 국제 정치, 고발 문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도 ‘예상하시는 그런 이야기 아니니 꼭 읽어보세요’ 하고 권하고 싶다.”_장강명(소설가)
“진짜 러시아에 대해 잘 아는 독자만이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_《르 몽드》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국제 정치 전문가인가, 예언가인가?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특징은 문장력을 보루로 합쳐 이 책을 한 권의 마스터피스로 만들었다.”_《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Obs》
“냉철하면서 뜨겁다. 인간과 정치에 관한 선견지명을 담은 이 현대 소설에는 고전을 넘어선 우아함이 담겨 있다.”_《레 제코Les Echos》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우린 그들에게 신화를 제공하면 되는 거야!”
-블라디미르 푸틴을 크렘린궁으로 안내한 것은 누구인가
다큐멘터리 자료 조사차 모스크바를 찾은 ‘나’. ‘나’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대학생 니콜라스 브랜다이스의 초대를 받고 어느 고택으로 향한다. 브랜다이스의 정체는 러시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며 ‘크렘린의 마법사’라고 불리던 바딤 바라노프. 바딤은 ‘나’에게 베일 속에 감춰 있던 크렘린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딤 바라노프는 반동분자 할아버지에게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순응주의자 아버지에게서 예술에 대한 경외심을 배워 연극과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으리라 믿고 자랐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지고 유입된 서구 문물의 영향으로 급변하는 모스크바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TV 연출자가 되어 ‘지루하지만 않으면 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뿐이었다. 그런 바딤에게 방송국 소유주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현실을 연출해보자며 한 남자를 소개한다. 연한 금발에 창백한 인상, 아크릴베이지 수트 차림의 남자는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며 인사를 건네는데…. 과연 바딤은 러시아를 뒤흔들 만한 한 편의 정치극을 완성할 수 있을까?
“권력이란 태양과도 같고, 죽음과도 같은 것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권력의 이면을 고발하는 날카로운 이야기
《크렘린의 마법사》의 주인공 바딤은 크렘린궁에서 막후 조종자로 일했던 경험을 연극 만드는 일에 투영한다. 그는 전 지구인을 상대로 거대한 한 편의 극을 완성하기 위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여러 인물과 교류하며 교묘한 심리전을 선보인다.
바딤의 정치 공작 상대가 된 대부분의 인물은 각자의 이념에 따라 이상적인 러시아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며 푸틴의 러시아를 비판한다. 이들은 조상으로부터 부와 명예를 물려받아 권력을 휘두르던 엘리트 계층으로 신분을 중요시하던 제정러시아, 노동자와 농민의 공동체였던 소련, 현대의 러시아연방에서도 영향력과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체제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서 더 큰 힘을 얻고자 계략을 꾸미고, 국가 체제가 전복되어도 변함없이 사회적 위세를 떨치는 이들의 모습은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비합리적으로 작동하는 권력의 이면을 드러낸다.
거대한 연극의 ‘가장 위대한 배우’ 푸틴은 극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대통령 자리를 넘볼 수 없다”는 금욕적인 공무원으로 그려지는데 점차 권력을 얻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사람이라도 쓸모가 없어지면 바로 제거하고, 전쟁을 일으키도록 사주하는 등 폭군의 전형으로 변모한다. 언론 조작, 여론 선동, 협박과 로비 등 부정한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비정한 인물은 권력의 정점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힘을 추구하는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보여준다.
정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다른 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 권력은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권력과 무관한 이들을 전쟁과 희생으로 몰아가는 독이다. 폭력이 인간에게 하나의 논리로 작용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권력의 본질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그 내용은 러시아의 진정한 역사로 이루어졌다.”
-허구가 선사하는 해석, 상상, 직관의 힘
2022년에 발발한 러우전쟁은《크렘린의 마법사》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쓴 소설인데도 러우전쟁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실제로 저자가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를 만나 취재한 뒤 미래를 예측하고 쓴 작품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물음에 이 작품은 정치적 사건에 도움을 받았을 뿐 상상을 발휘해서 쓴 것이며, “소설을 읽는 독자가 경험하는 해석, 상상, 직관을 통해서 볼 수 있는 현실의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현실과 매우 가깝다. 허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하기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러시아 크렘린궁의 역사와 상징을 활용해서 서사를 이끌어간다.
저자는 보리스 옐친·미하일 호도르콥스키·예브게니 프리고진 등 러시아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들, 체첸전쟁·소치올림픽·유로마이단처럼 기사를 통해 접했던 사건들, 미하일 불가코프·안톤 체호프·그레고리 표톰킨 등 우리가 오랜 시간 러시아를 떠올리며 읽어온 문학 작품의 이름과 구절을 한데 엮어 밀도 높은 소설을 완성했다. 한 편의 논픽션을 읽는 것 같은 구성은 독자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서사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줄곧 현대 사회의 변화와 국제 정세를 연구해온 저자는 ‘권력’에 대해 통찰하며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의 바람처럼 이 소설이 독자에게 우리가 몸담은 현실을 직시하고 시의적인 문제들을 비판사고 성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