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찰 장례문화인 다비식을 집대성한 강승규 작가,
해인사편
다비식이란 스님의 입적 후에 화장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일반 사진에서는 부분적인 단편(화염에 싸인)만 보이고 다비식 전반적인 내용에는 아주 빈약한 편이다. 오랜 세월 각 사찰마다 다비식을 집행해왔거나 다른 사찰의 도움을 받아 다비식을 집행해왔을 테지만 각 사찰의 스님들이 직접 다비식을 집행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편이다. 또한 다비식 절차가 예전부터 집행되어왔음에도 절차서도 없고 관심을 가져 절차를 숙지하고 있는 스님들도 드물어 누구 한사람 배우려는 관심도 적은 것은 사찰에서 전해져 내려온 문헌의 대부분이 불교 경전들이고 나머지는 구전에 의한 전달 방식도 한 원인이다.
불교가 삼국시대부터 한국 땅에 전파되었는데 관련된 문헌도 드물고, 관련하여 그림으로도 남아 있는 게 많지 않은 편이다. 사찰의 문중은 오랜 전통으로 옛 스승의 가르침이 녹아들어 있어서 어느 문중이 좋다고 필자가 판가름할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사진촬영을 다니면서 해인사 문중과 수덕사 문중이 다비식을 가장 많이 집행했는데 수덕사는 사리를 골라내지 않아 해인사와는 방법이 다르다. 다만 문중별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문중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두 문중의 방법을 혼합하면 더 좋은 효과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총림(叢林) 중에서 다비식을 가장 많이 집행하고 있는 해인사의 경우 다비장 연화대를 여러 종류로 꾸미고 있다. 원로 스님의 경우 다비장 연화대를 주로 연꽃으로 단장하지만, 그 외 단청, 대장경 경판 인쇄물, 새끼줄 방식 등도 시도했었고 일반적으로 흰 광목 마감 처리를 기본으로 한다.
해인사 방식의 장점은 다비장의 설치 과정에 연화대 모양을 크기와 부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여 설치 후에 연꽃 모양이나 다른 모양으로 단장을 하는데 바꾸기가 쉬운 점이 있으며, 단점으로는 나무와 숯이 많이 사용되는 점이다. 장작의 양을 조금 줄이고 불 조절하는 방법을 개선하면 수덕사처럼 당일에 다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기골을 자주 해야 하기에 스님들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사찰 장례문화의 뿌리를 하나로 집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장례문화의 다양한 현장을 취재하여 촬영했던 사진을 여기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첫 번째로 출간한 다비식 관련 해설책 『다비식』 사찰의 장례 절차, 두 번째 『다비식 사진집』 흑백 종합편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작품으로 『다비식 사진집』 해인사편 컬러 사진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다비식 사진을 촬영하러 다녔지만 각 문중마다 다비식 집행하는 과정이 다르고 이러한 과정이 다른데도 개선된 설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통일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필자가 사찰을 방문해 입적하신 스님들의 과거 행적이나 다비식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문중별 다른 방식을 하나로 통일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문을 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답변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그 기록이 무슨 소용이 있다고…” 하면서 일언지하에 말문을 닫게 만들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사진집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각 문중의 다비식 방법을 기록으로 남겨 보존하고 문중별 다른 방식을 사찰에서도 본 사진집을 보고 이해한 후에 문중 방식을 통일시켜 쉽고 간단하게 다비식을 집행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만 문중마다 방법이 다른데 일부러 그걸 통일시킬 필요성에 대해 필자는 효율성에 중점을 두어 강조하는 것이고 실현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문제는 석가모니 부처님 생전에도 이런 문제를 화합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하물며 예전보다 더 많은 뿌리를 내린 현재까지 와서야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파란만장 고난의 세월을 겪으면서도 그 명맥을 유지해온 이유는 천대받은 최하층이 국왕과 상류층의 문화에 대응하며 저항하는 무언의 민속굿의 영향인 국민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쳐 민간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민속 전래 예술 중에는 음악과 춤으로 승화된 한 맺힌 씻김굿과 판소리가 있으며,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명맥이 어려울 정도로 고난을 겪었다. 이러한 전통문화를 유지하려면 기록이 중요한데 구전이란 전해주는 사람이나 전수받은 사람이 본인들의 기억과는 무관하게 본래의 전해주려는 뜻과는 판이하게 전달되는 경우도 다분히 있다.
따라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 기록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다비식 사진을 촬영해 왔던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렇게 상세한 다비식 사진집이 과거에 출간됐던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우며 앞으로도 출간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면 돈벌이도 안 되는 이 힘든 일을 별 소득이 없는 걸 알면서 고생하며 촬영할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 다비식 사진집이 불교계 사부대중들께 작지만 유익한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