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 이후의 생의 논리!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우선 ‘고양이 왕‘이라는 아주 매혹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이야기가 허구인지 사실인지 혹은 형이상학에 속하는지 헷갈린다. 그런 다음 이 책의 어조는 급격히 바뀌면서 앞선 ‘고양이 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설명한다. 주로 들뢰즈ㆍ가타리의 개념들에 기대고 있지만 조르주 바타이유, 빅터 터너, 찰스 샌더스 퍼스, 에두아르도 콘, 엘리자베스 삼소노프,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등의 사상가, 인류학자, 예술가들을 동원해 저자가 관찰한 고양이 사회를 설명한다. 그런 다음 책의 어조는 또 바뀌어 고양이 사회를 설명한 개념을 가지고 이번에는 현대 사회의 첨예하고 본질적인 쟁점이 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점증법적이다. 혹은 하나의 주제 악장과 두 개의 변주곡으로 이뤄진 소나타처럼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두 개로 요약될 수 있다. ‘생(삶)의 논리’와 ‘되기’다. 고양이 왕이 암시하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생의 논리는 인간적 삶의 논리 즉, 휴머니즘의 논리를 벗어난다. 저자는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 사회를 통해 생의 논리를 추적한다.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을 상대화시키고 인간을 넘어선 혹은, 인간의 죽음 이후에 도래할 생의 논리를 개념화한다. 인간 이후에 탄생할 새로운 야생-인간의 본능으로서 고양이들의 생의 논리를 사회 변화를 위한 것으로 전략화하는 저자의 의도는 최근 인문학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포스트 휴먼적 생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모두 형이상학적 개념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탈형이상학적이기도 하다. 특히 들뢰즈ㆍ가타리의 그 유명한 ‘되기’는 이 책에서 어떤 은유나 비유로도 쓰이지 않는다. 이 책은 ‘되기’를 철저하게 지구적 진화 혹은 행성 생명체의 진화적 맥락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혁명의 근본 문제는 돌연변이적 진화라고 주장한다. ‘되기’를 ‘진화’로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인간의 언어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상징 인류학과 기호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기호론을 통해 유전적 코드화에 돌연변이를 만드는 것으로써 섹스와 번식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섹스와 번식은 모두 물질의 지층에 침투하여 영향을 주고받아 코드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기호적 행위이자 실천이다.
저자는 인간의 소명은 ‘되기’=진화를 위해 즉, 인간 이후의 가능성을 위해 창의성과 가능성 모두를 소진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이야 말로 범지구적 차원의 생의 논리이자 혁명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고양이 사회를 통해 인간 너머의 삶을 위한 이종 섹스, 전염, 변이, 번식을 투시하고 예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구 소멸은 인간 이후를 향하는 지구라는 행성의 전적응 과정이다. 한편, 인공지능과 결합한 복합 생물체의 등장은 인간이 먹기만 하는 존재에서 드디어 먹히는 존재가 되는 인간의 죽음 시대에 도달하고 있는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