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로, 치유와 회복의 공간
진짜 집을 만나다.
집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며 억눌려 있던 정오가 유일하게 위로를 얻고 편하고 큰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숲과 호수가 있는 ‘수변로’ 공원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오던 곳을 이제 장군이랑 오게 된 정오는 그곳에서 삶의 모든 속박과 고민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명상하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할아버지가 알려 준 방법을 통해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얻습니다.
즉 현재의 암담한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마음의 다스림을 통해서 이겨 내는 힘을 기르게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처럼 강압적으로 통제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정오에게 자율권을 주고, 정오가 방향을 못 잡을 때만 조언을 해 줍니다. 그리하여 정오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들을 마주하고 헤쳐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성장과 치유를 ‘수변로’라는 공간에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수변로에 ‘늘 온다던’ 명상 할아버지는 언제나 정오를 따듯하게 기다려 주는 가족이자 집과 같은 존재가 되어, 엄마와 아빠가 해 주지 못한 역할을 대신해주는 겁니다.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라!
수변로에서의 산책과 명상을 통해 마음에 근육을 만든 정오는 아빠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아빠의 술주정과 학대받는 엄마를 보며 그동안 어른들 일이라며 움츠려 있었지만, 이제는 가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정오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오가 하게 되는 일들은 언뜻 보면 자잘하게 느껴지지만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며 아빠와 엄마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어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시시하게 여긴 작은 일들을 어린 정오가 함으로써 엄마와 아빠에게 큰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 《열한 살 정오의 선택》은 시들어 가는 나팔꽃 씨앗에 다시 물을 주어 싹을 틔운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작은 것들에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할 때, 희망의 싹은 반드시 피어난다는 것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정오처럼 꼭 불우한 환경이 아닐지라도 어린이들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할 일을 찾는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갖게 된다는 것을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