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부가 야구를 쓴다고?”
2022년 3월 인천일보 최초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획취재부서인 탐사보도부가 꾸려졌다. 환경, 도시재개발 등 여러 이슈를 취재하던 그해 4월, ‘인천 프로야구 40년 올스타’기획안이 책상 위에 올랐다.
‘스포츠팀도 아닌데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앞섰지만 금세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천 프로야구를 응원하는 기자들이 모인 탐사보도부에 있어 사심 가득한 가슴 뛰는 기획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SSG 랜더스에 이르기까지 타 지역과 달리 야구단이 간판을 내리고 다시 올리기를 반복한 인천 프로야구 40년은 인천일보 탐사보도부만이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야구가 시작된 도시 인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잇따라 거머쥐며 ‘왕조’라는 칭호까지 붙는 인천 프로야구를 되돌아보는 것은 인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돌아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 그해 인천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의미 있는 역사를썼다. 개막전 10연승을 시작으로 KBO리그 개막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쓴 데 이어 개막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1등을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와이어’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게다가 10개 구단 중 관중 수 1위를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인천 프로야구사에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구단이 끊임없이 바뀌고 팬들이 적다는 오명 속에서도 고군분투한 인천 프로야구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이뤄낸 성과다.
인천 야구는 인천이라는 도시와 맞닿아 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모든것이 시작된 도시이지만 그 가치는 이런저런 망언으로 회자되며 도시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야구만 해도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까지 모진 풍파를 겪어야 했다.
야구도시 인천의 자존심은 뭉개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야구가 시작된 구도 인천이 연이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프로야구 역사에서 ‘왕조’로 인정받은 지금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왕조’를 넘어 문학구장,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울려 퍼지는 ‘구도 인천’이라는 구호는 인천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만든다.
2022년 무더운 여름 내내 이어진 ‘구도 인천’ 기획 취재는 인천 프로야구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게 했다. 인천 프로야구 선수들을 동경하며 열심히 훈련중인 초·중·고 꿈나무들을 만나는 것은 흐르는 땀을 오히려 값진 것으로 만들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하게 자신들의 길을 걷고 있는 지도자들의 어려움도 잠시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구도 인천’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야구인들로 인해 이어졌
고, 또 이어져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이번 〈구도 인천〉 발간이 인천 야구인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취재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SSG 랜더스와 야구 원로분들, 초·중·고 야구부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다시 새롭게 쓰일 인천 프로야구 50년을 위한 그 길에 우리도 함께 할 것이다.
2023년 7월
이은경·이순민·이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