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이 사라지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물리·화학·역사로 살펴보는 위험하고도 유용한,
수상하고도 재미있는 달콤살벌 금속의 쓸모들
어느 날 지구에서 금속이 사라졌을 때
세상에서 갑자기 금속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침을 먹으러 주방에 들어가면 냄비와 커피포트, 수저와 포크, 가스레인지, 냉장고, 수도꼭지 등이 사라지고 싱크대는 나무 뼈대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보게 되면 짐도 챙기지 말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건물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속 철근도 모두 사라져 집이 곧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플라스틱 부품 몇 조각 정도는 남겠지만 아마 종이책은 앞으로 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책을 찍는 인쇄기가 바로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석기 시대를 다룬 책은 꼭 보관해야 한다. 금속이 사라지면 자동차나 기차 같은 탈것을 포함해 칼과 가위, 망치 같은 도구도 사라질 테니 사람들은 옛날처럼 모든 도구를 다시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속이 사라지면 사람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단 1초도 살지 못한다. 칼슘이 없어져 치아와 뼈는 부서져 가루가 되고, 철분이 없으면 혈액이 몸 전체에 산소를 운반할 수 없다. 마그네슘이 없는 식물은 광합성을 할 수 없어서 산소를 내뿜지 못한다. 나아가 우리가 사는 지구 자체도 사라질지 모른다. 지구의 핵이 바로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핵이 사라지면 핵이 만들어 내는 지구 자기장도 사라지고,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면 우주에서 오는 해로운 우주 방사선을 막지 못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물론 상상 속 가정일 뿐이지만 이러한 가정은 다시 말해 단단하고 날카롭고 차갑고 죽어 있는 무생물 이미지의 대명사인 금속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살아 있는 생명으로 가득한 이 풍요로운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세상을 단단하게 빛낸 과학 문명의 돌, 금속
《금속의 쓸모》는 인류 문명과 함께 발견되고 또 발전해 온 금속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물리, 화학, 역사적 맥락에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118개의 화학 원소 가운데 94개는 금속과 준금속으로 분류되며 24개는 비금속 원소로 분류된다. 이 세상은 대부분 금속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으며 화학은 그 모든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는 학문이다. 석기 시대 고대인에게 금은 너무 물러서 도끼나 칼, 낚싯바늘 같은 도구를 만들기에 부적합했는데, 그다지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화폐의 가치를 띠게 되었다. 철 제련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 고대인은 오늘날 최첨단 제련 기술로 생산되는 고강도 니켈 강철을 어떻게 얻을 수 었을까?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질 때 겉의 불순물이 연소되고 운석 내부의 강철은 미처 다 타지 못하고 땅에 도달하는데, 그렇게 얻은 니켈 강철은 고대인이 가질 수 있는 최첨단 재료였다.
고대 도시 로마에는 납으로 만든 수도관이 깔려 있었는데 수돗물에 녹아 들어가는 소량의 납이 시민들에게 납 중독을 일으켰고 그것이 로마 제국의 멸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18세기 중반 나폴레옹이 측근들에게 금 대신 선물할 정도로 알루미늄은 아주 값비싼 금속이었지만 대량 생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1854년 1킬로그램에 1200루블이던 알루미늄 가격은 19세기 말 1루블까지 가치가 떨어졌으며, 투기와 노후 자금 목적으로 알루미늄을 사 두었던 귀족들은 하루아침에 큰 재산을 잃고 말았다.
세상에 쓸모없는 금속은 없다
금속을 다루는 일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첨단 산업을 이끌어 나간 가장 고도의 기술이었다. 청동의 발견은 모든 초기 고대 문명의 토대가 되었으며 역사적으로 강력하게 부상했던 세력은 늘 금속을 다루는 기술을 선점한 민족이다. 기원전 18세기, 운석이 아닌 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법을 최초로 알아낸 히타이트인은 우수한 제철 기술을 바탕으로 강력한 철제 무기를 만들었다. 히타이트인은 당시 철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에 철 제련 기술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이집트 파라오에게 철로 만든 검을 포함해 철제 선물을 보낼 때조차도 제련 기술을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우주 산업과 반도체 기술에 활용되는 금속 기술은 전 세계 선진국들이 앞다퉈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최첨단 미래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금속은 인간의 삶을 단순히 더 편리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금속의 쓸모는 아주 다양하며 심지어 인간에게 그다지 쓸모없는 금속이라 할지라도 지구 전체로 본다면 중요하지 않은 금속은 하나도 없다. 이런 금속을 쓸모 있고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은 금속과 금속 화합물의 특성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금속의 쓸모》는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금속 이야기를 마중물로 시작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몸속에서 지구 내핵에 이르기까지 금속의 발견과 발전의 과정, 금속에 대한 지식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일화로 종횡무진 엮어 냈다. 지구의 탄생과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인류는 금속을 어떻게 처음 발견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나아가 미래의 첨단 산업에서 금속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과 전망까지 담아낸 이 책은 미래의 첨단 재료 기술을 공부하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든든한 지식의 보루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