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통스럽다.
그런데 하나도 나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니…….
고백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 예의에 관한 이야기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이별을 통보한 것에 격분하여 짝사랑하거나 교제하던 상대방에게 폭행을 가하고 끝내 살인까지 이르는 사건들이 최근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정이립 작가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이런 폭력 사건들에 충격을 받아 〈고백 시대〉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 소중하듯이 거절한 상대방의 마음도 소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잊고 그저 내 마음이 다친 것을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작가가 전하는 ‘거절당하는 용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또한 사춘기 시기의 가족, 친구 관계에 있어 쉽게 생길 법한 질투나 외로움, 따돌림 같은 여러 불완전한 감정들을 다룬 이 작품은 불완전하고 부족하기에 누군가가 좋아지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쟁취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음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필통에 넣어 둔 빨간 미니카에 자꾸 눈길이 갔다.
미니카가 필통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들어온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감각적인 묘사와 구성
“난 느리고 어려운 게 좋아. 조금 복잡해도 과정마다 소리와 냄새가 다른 게 마치 사랑의 맛이랄까?”
‘당장이라도 버리고 싶지만, 롤리팝 사탕이 내 짝사랑을 닮은 것 같아 버리지도 못했다.’
‘구멍을 찾을 수 없는데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내 마음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수영이도 어쩌면 마음을 정리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어느새 다 쓴 건전지가 돼 버렸다.’
〈고백 시대〉를 읽다 보면 감각적인 비유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비유는 독자들이 대상의 이미지와 감정들을 보다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고백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옴니버스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장은 채하나, 오수영, 김현성, 왕호찬, 신효재, 각기 다른 화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러한 교차 서술은 사건의 이면을 자연스럽고도 생생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사건 전개 속도를 조절하는 완급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데, 정이립 작가는 노련한 필력으로 그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흔한 시작이 흔하지 않은 우정과 특별한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다툼, 질투, 자괴감, 외로움, 후회, 따돌림과 같은 갈등 요소들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네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봉합할지를 끝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줄거리
4! 사랑해, 널 사랑해, 5! 오늘은 말할 거야.
6! 6학년 교실에서 널 만난 건 7! 럭키야!
6학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채하나. 언젠가부터 같은 반 김현성이 하나의 마음속에 살며시 들어온다. 하지만 항상 붙어 다니는 절친 오수영이 현성이를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다고 먼저 말했기에 하나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엉뚱하고 눈치 없는 같은 반 친구 왕호찬이 반 친구들 앞에서 ‘숫자 송’을 ‘하나 송’으로 개조해서 부르며 하나에게 공개 고백을 한다. 당황한 하나는 일단 호찬이의 고백을 무시하지만, 다음 날 아침 운동장에 대문짝만 하게 ‘호찬♡하나’를 써놓고 꽃다발을 내민 왕호찬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꽃다발을 내동댕이치는데 ……! 꼬일대로 꼬여 버린 사각 관계에서 과연 하나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