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고,
수백만 섬 주민의 운명을 바꿨으며,
동아시아의 형세를 바꾼 1867년
섬에 상륙한 선원들의 죽음으로 시작된 역사의 나비효과
역사 속에서 자신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개인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이해할 것인가? 《포르모사 1867》은 한 개인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표류하는 입자로 끝나지 않으며, 역시 흐름에 떠밀리다 사라지는 존재는 더욱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1867년 발생한 로버호 사건은 1895년부터 시작된 50여 년에 달하는 일제 강점기를 불러왔고,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로버호 선원들의 죽음은 나비의 첫 번째 날갯짓이 되었다. 그들의 죽음은 훗날 자신들을 살해한 원주민들의 운명을 뒤바꾸고, 대만의 수백만 주민의 운명을 흔들고, 동아시아의 운명마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 뒤 비로소 날갯짓을 멈추었다. 이 과정에서 삶과 미래를 걱정하는 인물이 우연히 내린 선택들이 역사라는 흐름에 거센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이 책은 대만에서 살아 숨 쉬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잊히고 사라진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당시 대만을 찾은 서양인들이 전설적인 존재로 여기던 낭교 18부락 연맹의 총두목 탁기독, 내지에서 건너온 한족 아버지와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접매와 문걸, 대만의 총독이 되려는 야심을 품은 미국 영사 이양례, 선원 출신의 모험가로 언어 천재로 불리던 영국인 피커링 등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등장인물들이 만나 우연히 내린 선택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들의 선택이 스스로는 물론 모두의 미래와 운명, 그리고 역사를 바꾼 일대기가 되었다.
* 역사에서 잊힌 사건 1 *
1867년 200명에 달하는 열강 해병대가 대만에서 군사 행동을 전개했다. 이 국가는 미국이다. 대만 해안에서 전사한 최초의 서양 병사 또는 장수도 미국인이다. 미국은 대만 원주민인 생번에게 맥없이 당하여 돌아갔다. 만약 미군이 승리했으면 대만 남부는 1867년에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역사에서 잊힌 사건 2 *
1867년에 대만이 최초로 외국과 국제 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대만을 대표한 사람은 괴뢰산의 생번 총두목이었다. 1850년부터 1870년까지 대만 남부를 찾은 서양인들의 기록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는 19세기 국제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모사 사람’으로, 그가 체결한 조약은 지금도 미국 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1867년에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저자는 시간과 공간, 사건, 인물을 실제 사료(史料)에서 찾아 서술하되 상상력과 추리로 빈틈을 메워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만나 융합한 용광로였던 과거의 포르모사와 현재의 대만 역사가 교차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넘어졌으나 끝내 극복하고 스스로 나아갈 길을 선택하고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노력과 분투, 무력감과 무지, 그리고 결국은 공감하고 단결하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비극을 마주하더라도 형형하게 다시 일어나는 의지와 생명력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