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저자가 이 책에서 집중하는 것은 전문적인 철학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의 철학이다. 이런 철학은 우리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기에 ‘삶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잘살기 위해서, 혹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이라도) 철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그 모든 철학적 사유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온다는 데도 동의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똑 부러진 답변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모호하고 그 실체가 복잡해서 짧은 시간에 확실한 답이나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천천히 생각을 다듬어나가길” 권한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생각이라도 꼬투리만 놓치지 않는다면,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면서, 그리고 생각들이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며 자정(自淨) 활동까지 하여 마침내 정제된 생각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탓이다. 관건은 우리가 사유의 힘을 믿고, 그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으면서 내면의 여정을 계속해나가는 데 있다.
≪철학! 말해줘 내가 누구인지≫ 이렇게 읽자
이 책은 독자들이 각 철학자와 함께 조촐한 저녁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하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전채(前菜)도 있고, 메인디쉬도 있으며, 후식도 있다. 전채는 본격적으로 철학적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독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것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건네는 질문이다(물론 전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패스해도 좋다). 메인디쉬는 각 주제를 풀어내는 철학자 핵심 사유이다. 독자들은 고유하고 특별한 이 메인디쉬를 맛보며 인간의 사유가 자체 진화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시다. 후식(後食)은 철학적인 대화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지(예를 들어 식사가 너무 과했다거나)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특별한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친근함”이다. 그만큼 쉽고, 다정하고, 편안하다는 뜻이다. 저자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지도 않고, 무지한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도 않는다. 저자는 또한 철학자에 대한 친근감을 배가하고 싶어서 각 철학자의 생각을 소개하기 전에 ‘이들이 현대에 살았다면 이랬을 것 같다’ 하는 모습을 보편적인 정보와 상상에 기초해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