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날이 챙챙 부딪치는 밤, 무시무시한 전투
“인생은 짧으니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야 해.”
신나는 여름 방학, 장미 전쟁은 여전히 ‘성상’을 둘러싸고 치열하다.
달빛 아래 야간 전투가 벌어진 무시무시한 그 밤, 성터의 정적 속에 아이들의 외침이 으스스하게 울려 퍼진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별도 안 되는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아이들. 그만 흰 장미군 대장 안데르스가 아찔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치는데……. 아아, 어떻게 하지? 안데르스, 최고의 흰 장미 기사가 이대로 죽는 건가.
마침내 안데르스는 구조되고, 모두들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가 푹 자려고 한다. 다 끝났으니, 더는 무서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운명은 오늘 밤 흰 장미군 기사 누구도 편히 자게 둘 생각이 없나 보다. 밤의 정적을 박살 내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그리고 마을에 휴가 온 유명한 과학자 라스무손 박사와 귀여운 꼬마 라스무스가 납치되는 현장을 칼레, 안데르스, 에바로타 흰 장미군 삼총사가 목격한 것이다. 경찰을 부르기에는 이미 늦었다. 에바로타는 꼬마를 구하기 위해 괴한들의 자동차에 숨어들고, 칼레와 안데르스가 뒤따라올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 아,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집에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위기일발, 꼬리를 무는 위험.
절대 경계를 늦추면 안 돼!
납치범의 목적은 박사가 완성한, “군수 산업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총알이 뚫지 못하는 방탄 경금속 공식을 알아내는 것. 박사를 회유하기 위해 라스무스까지 납치해 외딴섬으로 데려간 것이다. 자발적으로 함께 납치된 에바로타는 라스무스를 돌보며, 어서 칼레가 경찰을 데리고 와 모두를 구해 주기만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너무 어렵다. 먹을 것도 잘 곳도 없는 숲에서 교수와 꼬마도 구해 내야 하고, 납치범도 물리쳐야 하고, 비밀문서도 지켜야 한다. 과연 흰 장미군 삼총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린드그렌의 어린이 추리 소설 ‘소년 탐정 칼레’ 시리즈 세 번째 권 《라스무손 박사의 비밀문서》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답게 한층 커진 스케일로 낯선 바다 한가운데서 전개된다. 보석 도둑 사건과 살인 사건에 이은 외국 스파이의 ‘납치 사건’은 조마조마하면서도 짜릿하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 펼쳐진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납치범들에 앞서 비밀문서를 손에 넣고 라스무스를 구해 섬을 탈출하는가 싶더니 다시 납치범들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등 엎치락뒤치락 마지막까지 위태위태하다.
특히 에바로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망설임 없이 납치범들의 자동차에 숨어들고, 배짱 좋게 큰소리를 쳐 먹을 것을 얻어 내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더 어린 라스무스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무서움을 꾹 참는다. 정말 대단하다.
칼레와 안데르스도 오토바이로 자동차를 뒤쫓고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고 숲속에 움집을 지어 은신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하며 다양한 활약을 펼친다.
귀여운 꼬마 라스무스와 악독한 스파이 일당인 닛케의 따뜻한 우정은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흐뭇하고 아름다운 부분이다. 별로 사랑받지 못하고 억센 일로 잔뼈가 굵은 닛케가 천진난만한 꼬마 라스무스에게 사람의 정을 느끼며 변해 가는 과정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준다. 티 없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본성 앞에서 무장 해제되지 않을 수 있을까!
더욱 커진 무대에서 한층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이번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유쾌한 웃음, 가슴 뭉클한 감동이 함께하며
시리즈의 대단원을 풍성하게 마무리한다. 칼레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린드그렌이 그려 낸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아이들의 세계는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있는 한 언제나 이야기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_햇살과나무꾼
어디로 떠나야만 ‘모험’은 아니다. 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