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와 승리를 향해 전진!
“몇천 몇만의 목숨이 죽음 속으로, 그리고 죽음 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여름 방학! 칼레, 안데르스, 에바로타 흰 장미군 삼총사는 붉은 장미군에 맞서 한창 장미 전쟁 중이다. 염탐, 추적, 감시, 인질…….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전투가 이어지던 찌는 듯이 더운 날, 에바로타는 성상을 옮기는 명예로운 임무를 수행하다가 무시무시한 살인 사건과 마주친다.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인 마을 뒤편의 대평원에서. 살해된 사람은 고리대금업자인 글렌 할아버지, 목격자는 에바로타, 혐의자는 초록빛 바지의 남자. 유일한 증인인 에바로타에게 검은 손길이 뻗쳐 오고, 사건은 해결될 기미 없이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간담이 서늘, 죄어드는 공포.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일까?
린드그렌의 어린이 추리 소설 ‘소년 탐정 칼레’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위험에 빠진 에바로타》에서 칼레, 안데르스, 에바로타 삼총사는 뜻하지 않게 무서운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범인은 자기 얼굴을 목격한 에바로타에게 독이 든 초콜릿을 보낼 만큼 빈틈없고 잔인한 사람이다.
이번 사건은 머릿속 인물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상상 속의 사건이 아니다. 끔찍하고 음산하고 등골이 오싹한 진짜 사건이다. 안데르스는 보석 도둑을 잡은 칼레의 업적을 내세우며 얼른 경찰이 놓친 단서를 찾으라고 독촉하지만, 도대체 현실의 냉혹한 범죄 앞에 칼레 같은 어린아이가 뭘 얼마만큼이나 할 수 있을까?
엄청난 사건과 더불어 성스러운 보물 ‘성상’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 역시 생생하게 전개된다. 흰 장미군 칼레, 안데르스, 에바로타와 함께 붉은 장미군 식스텐과 벵카와 욘테가 적극적으로 활약하는데, 아이들의 장미 전쟁과 칼레의 사건 해결이 묘하게 맞물리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성상을 숨기기 위한 기발한 장소를 찾다 한밤중에 적군 대장의 침실에 숨어들고, 개 베포에게 초콜릿을 주게 되고, 그래서 에바로타에게 비소가 든 초콜릿이 배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단지 놀고 또 놀고 필사적으로 놀았을 뿐인데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다!
‘소년 탐정 칼레’에서 ‘장미 전쟁’은 단순히 범죄 사건에 곁들인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구축한 ‘또 다른 세계’이다. 아이들은 포로로 붙잡혔다가도 밥을 먹고 돌아와 다시 포로가 되는 등 수많은 규칙을 스스로 정해 그 세계의 질서를 세운다. 특히 어지간히도 붉은 장미군의 약을 올렸던 흰 장미군만의 산적말 비밀 암호는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비록 살인 사건 같은 극적인 형태는 아니더라도, 현실의 아이들도
이야기 속의 칼레와 친구들처럼 자라면서 세상의 크고 작은 어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둠에 침범되지 않게 지탱해 주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전작보다 즐거움도 긴장감도 더 커진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묵직한 질문이 책을 덮고 나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_햇살과나무꾼
탐정이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읽어 내기에 《위험에 빠진 에바로타》는 한층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상이 아닌 실제 사건이 주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 영원히 평안함을 잃어버리게 된 범죄를 저지른 청년의 마음의 지옥, 그 어두움은 한여름 햇살 아래 찬란한 놀이의 세계와 맞물려 한층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아이들이 현실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린드그렌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겪는 특별한 사건(어른들이 잘 모르는)을 극단적인 예를 통해 보여 주면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이 어떻게 그 사건을 벗어나고 극복하는지를 그려 낸다. 오랫동안 놀이를 통해 쌓아 온 건강한 우정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현실 범죄의 어두움 앞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범죄자를 쫓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모험임을 깨달은 칼레, 끔찍한 범죄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씩씩한 에바로타, 헌신적이고 듬직한 안데르스, 삼총사는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믿으며 그렇게 성장한다.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 놀며 보낸 어린 시절은 얼마나 충만한 삶을 선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