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ywood 1969- You shoulda been there!”
누구에게나 저마다 그리워하는 시대가 있다. 이미 지나온 것, 지나간 것, 이제 손닿지 않는 것들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의 삶 일부를 채우며 때때로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도래로 막을 내린 고전기 할리우드의 마지막 해를 영화에 이어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다. 언제나 그랬듯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대를 돌이키는 유일한 방법은 이야기뿐이다.
1950년대 말, 전성기를 누렸던 스타 배우 릭 달튼은 1969년 현재,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젊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일회용 악역 신세다. 스스로 ‘나는 좋은 배우였지만 이젠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게다가 그는 자기 운명뿐 아니라 그와 운명공동체인 충실한 친구이자 고용인, 클리프 부스의 운명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옆집에 이사 온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샤론 테이트 부부가 그의 기회일 수도 있다. 혹은 로마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릭의 눈앞에 놓인 것은 젊고 섹시한 신인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금주의 악역’ 캐릭터와 시건방진 여덟 살 아역 트루디다. 매일 조금씩 낡아가는 배우, 아역 앞에서 ‘쓸모없다’는 말을 하며 서럽게 우는 옛 배우 릭 달튼에게 새 TV 시리즈 ‘랜서’는 성공의 열쇠가 될까?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실화, ‘세기의 살인사건’은 그를 어떤 세계로 데려갈 것인가?
# 영상 없이도 완벽하게 구현된
‘타란티노 스타일’의 소설화!
타란티노를 금세기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만든 것은 전에 없이 독보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그 모든 파격에 예술성을 부여하는 천재적인 각본과 대사이다. 그러니 소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거장을 거장으로 만든 장점을 반 넘게 버리고 시작하는 셈이다. 하지만 영상이 없이도 타란티노는 여전히 압도적이며, 이 소설로 오로지 글만으로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누구인지 증명해냈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영상보다 더 생생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타란티노를 타란티노답게 하는 파격과 독특함, 그리고 클래식한 전개를 따라가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스토리 기법 역시 소설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타란티노는 “백만 명이 내 작품을 봤다면, 나는 그들이 백만 개의 다른 것을 봤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말에 더 적합한 매체를 찾은 것 같다. 그의 시그니처인 ‘피 칠갑’이 부담스러워 타란티노의 작품을 피해왔던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덕분에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깜짝 놀랄 걱정 없이 그의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 주요 매체가 극찬한 멈출 수 없는 페이지터너,
천재 영화감독이자 각본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세계
쿠엔틴 타란티노가 세기를 지배하는 감독이며, 그의 각본과 대사가 B급 폭력성과 잔인함을 S급 예술품으로 끌어올린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타란티노의 소설도 그의 시나리오만큼이나 훌륭할 것인가?’이다.
출간 즉시 미국 주요 매체가 게재한 기사를 살펴보면 타란티노의 소설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고전 영화, 남자의 동지애, 복수와 구원, 음악과 스타일 등 하드보일드의 거장 스타일이 돋보이는 페이지터너!”라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고전적이고 불똥이 튀는 타란티노식 폭발적인 대사. 그의 첫 소설은 이 끊임없이 창의적인 감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북리스트는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 그리고 속도감 있으면서도 미묘하고 유쾌하면서도 비통한 대화가 일으키는 시너지의 힘.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라고 극찬했다.
소설과 영화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2시간 반의 제한이 있는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 타란티노는 아무것도 덜어낼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그는 원하는 만큼의 묘사를 통해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냈고, 더 개인적이고 세심하게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옛 할리우드의 풍경, 사람, 문화, 심지어 아침 라디오 소리까지 정교하게 재현해 낸 ‘진짜’ 세계와 한물간 배우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은 독자에게 재미 그 이상의 낭만을 선사한다. 물론 상당 부분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할리우드의 캐스팅, 제작사, 촬영 이야기와 명작들의 제작 비화, 배우들의 사생활도 상당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천재적인 스토리텔러이며, 이는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과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고, 비정형적 시간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짜인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 그 자체를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