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혹독한 추위가 몰려오기 한 달 전부터 기러기들은 남쪽으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시베리아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 이주를 당한 슬픈 땅이기도 합니다. 성인 새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배를 채우고, 어린 기러기들은 하늘을 나는 연습으로 분주합니다.
기러기 미유는 아빠와 엄마, 형, 누나와 함께 첫 겨울나기 여행을 준비합니다. 훈련대장인 형과 형 친구 한새에게 비행하는 법과 안전하게 착지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첫 여행이라 겁도 나고 설레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훈련대장과 길라잡이로 뽑힌 형 미루는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는 전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마을의 훈장과 촌장으로 오랫동안 봉사하다가 은퇴를 하여 원로회 고문을 맡고 있고, 누나 미호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는 장애를 가져 늘 엄마 곁에 붙어 지냅니다.
마침내 시베리아의 한파를 피해 우리나라 철원평야까지 긴 여행에 나선 기러기 마을 식구들. 백두산 인근의 개마고원을 지날 때 아버지가 갑자기 기력이 쇠해져 더 이상 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행은 개마고원에 비상착륙하고, 촌장과 원로원 의원들의 회의를 거쳐 미유네 가족은 아버지가 기력을 되찾는 동안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마을 식구들을 배웅합니다.
길라잡이로서 여행을 이끌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형 미루는 전사가 되는 꿈마저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누나 미호는 아픈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속이 탑니다. 하지만 엄마와 삼남매는 힘을 모아 아버지를 위해 잠자리를 마련하고 먹이를 구해 오면서 밤 지샐 준비합니다. 그러나 개마고원의 밤은 차갑고 세찬 비마저 내려 아버지의 상태는 더 나빠집니다. 엄마와 삼남매는 아픈 아버지를 가운데에 두고 날개를 펼쳐 아버지가 비를 맞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밤을 보냅니다. 마침내 아침이 찾아오고 아버지는 조금씩 기력을 되찾고, 미유네 가족만의 겨울나기 여행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직감한 아버지는 삼남매 모두에게 길라잡이를 맡게 하면서 가족만의 여행을 이끕니다. 하지만 소리마저 잠든 DMZ와 휴전선을 지날 때 총성이 울리고, 남북 분단의 아픔을 목격합니다. 마침내 겨울을 보낼 철원에 도착하였으나 기러기 마을 식구들은 보이지 않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할아버지와 1년 만에 재회했으나 할아버지는 미유네 식구를 보고 마냥 미안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