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피상성에 길든 기독교인들이여,
예배의 치매에서 깨어나라
김선주는 목사라는 이름으로 살지만 언제나 교회 바깥에서 세계를 조망하며 무엇이 종교의 본질인지를 사유하는 사람이다. 역사와 철학, 심리학과 문학으로 성경을 읽으며 문자 너머에 있는 말씀의 심연을 바라보면 더 풍성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깨달은 종교의 본질은 혐오와 배제가 아닌 환대와 사랑으로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하나님의 인간됨 안에 있다. 그는 종교적 열심으로 심리적 쾌감을 누리려는, 상투성에 빠져있는 기독교인들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상투성과 피상성에 빠진 교인들의 신앙 상태를 ‘예배의 치매’라고 말한다. 예배의 기능 이외에 다른 것에 대한 사유 기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상투화된 신앙에서 벗어나 세계와 존재의 심연을 보고 상처받은 자기 생명과 타자의 생명을 치유하는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회복해야 합니다. 세계의 존재와 심연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그 가운데 흐르는 절대자의 숨결을 느끼는 기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런 기도 훈련을 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기도를 찾는 일이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첫걸음입니다.(p.164)
사유하지 않는 믿음은 죄악이다
이 책은 "선택적 악"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제공한다. 김선주는 기독교인들의 무지, 탐욕, 폭력, 간음, 위선 등을 적시하며 그들이 종종 악을 선택하면서도 그것이 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첫 번째 장 ‘그들은 왜 망하지 않는가’에서는 선을 인간 사회의 구조와 함께 보지 못하고 개인의 종교 자질이나 자기 이익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지적한다. 종교와 정치의 프레임, 마스터 키워드를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신앙이 현실과 무관하게 초월적 영성으로만 치부되는 것을 비판한다.
두 번째 장 ‘거짓말은 힘이 세다’에서는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순, 죄로 인해 발생한 폭력의 사이클을 논한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해 여론을 조작하는 세력, 정치판에서 기득권 정당이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행위 등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거짓의 크기가 비대해질 때 집단 전체가 미성숙해질 것을 우려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 정의롭고 평등한 정치체제를 만들고 복음을 이 땅에 실현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세 번째 장 ‘예배의 치매에서 깨어나라’에서 저자는 인간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화된 상업종교가 아니라 구도자의 종교를 추구했던 목사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토로한다. 축복과 저주라는 이분법적 공포를 주입하고, 상품화된 기도 이벤트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개인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전락한 오늘날 교회 생활을 고발한다.
네 번째 장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에서는 자본주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함께 고민한다.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해관계만 생각하는 이기적 태도, 특정 대상만을 혐오하는 태도를 버리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경계를 허무는 데에 기독교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이 지옥은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우리입니다. 효율성과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박한 소비주의에 빠진 우리가 이 지옥을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지상의 지옥은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지옥을 무너뜨리고 천국을 건설해야 할 사명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그리스도인들입니다.(p.220)
『기독교인은 왜 악을 선택하는가』는 기독교인들이 현대사회에서 직면하는 도전과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유하는 신앙의 길을 제시하며,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악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문학, 철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폭넓게 탐구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신앙과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인, 올바른 신앙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