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초거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네옴’,
제2의 중동붐인가, 700조 원의 신기루인가?
2023년 6월, 현대건설은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의 6.5조 원 규모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구성되었던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 ‘원팀코리아’의 꾸준한 활동 결과로, 원팀코리아는 2023년 초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해외 수주 500억 달러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후속 수주를 위한 지원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2023년 하반기, 대한민국뿐 아니라 중국까지도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는 단연코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이다.
2017년 처음 발표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서북쪽, ‘타북(Tabuk)’주의 홍해 인근 사막 지역에 초거대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는 길이 170km, 높이 500m의 선형 도시 ‘더 라인’, 수상 스포츠와 스키 등 사시사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관광단지 ‘트로제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등의 하부 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우디는 이 프로젝트의 완공 예정 시기를 2030년으로 잡고, 네옴시티 완공을 기념하는 목적을 겸해 2029년 트로제나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계획이다.
사막에 170km 길이의 장벽을 세워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나, 사막 한가운데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은 모두 일견 터무니없어 보인다. 사우디 정부, 그리고 국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왜 이런 계획을 세웠을까? 이 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활동이 대한민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어디에서 부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다양한 산업이 연관된 복합도시
편견과 낭만을 모두 버려야 기회가 보인다
네옴시티는 ‘초거대’, ‘친환경’,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계획에 연관된 산업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대규모의 건설 사업인 만큼 수많은 건설사가 역량을 발휘해야 하고, 초장거리 도시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산업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친환경 도시를 조성하려면 에너지 산업이나 수자원 분야 역시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축이 되어야 하고, 스마트시티를 운영하려면 IT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이 거대 프로젝트의 수혜를 노려볼 수 있다. 이 책 『네옴시티』는 프로젝트의 하위 계획들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기회를 찾아볼 수 있을지를 면밀히 검토한다.
하지만 네옴시티의 성공적인 완수를 가로막는 한계들도 분명하다. 저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네옴시티의 해결 과제는 전례 없는 건설 계획 자체가 품은 난관, 지리 환경에서 초래되는 위험 요인은 물론이고 중동 지역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리스크나 진행 과정 및 도시 조성 이후에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계획의 입안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젊은 계층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나, 사우디 내에 반대파가 전무하지는 않다는 점도 계획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네옴시티가 현재 밝혀진 원안대로 그대로 수행되리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로 네옴시티에 참여할 기회조차 거절하는 건 더 어리석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경제 기자 출신의 중동 전문 컨설턴트로, 2022년 초 수행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네옴시티의 계획에 대해 한차례 검토를 진행하고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네옴시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까지 표면에만 머물러 있다. 한쪽에서는 700조 원이 넘는 사업 규모에 집중해 네옴시티가 가져다줄 부의 기회에만 환호하고, 다른 쪽에서는 170km 규모라는 계획의 비현실성에 집중해 실패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네옴시티의 본질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수식어에 있지 않다. 네옴시티의 성패, 그리고 이 계획이 기회로 이어질지를 판단하고 싶다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사우디 정부와 빈 살만 왕세자의 목적, 그리고 주변국과 세계의 정세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23년 7월 서울에서 개최될 네옴 전시회를 앞두고, 이른바 ‘네옴시티 관련주’라 불리는 주식들의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 사업의 미래가 자신에게 기회가 될지 궁금해하고 있으나, 네옴시티는 그 규모에 비해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개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방향에만 치우쳐 있다. 『네옴시티』에 담긴 저자의 폭넓은 조사와 객관적인 분석, 핵심을 관통하는 인사이트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사막 위에 지어질 도시는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까, 아니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까? 이 책은 눈을 가리는 편견과 낭만을 벗기고 독자들이 프로젝트의 본질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