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위는 과학의 시작과 끝, 단위를 알면 과학이 쉬워진다
단위 때문에 과학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각종 기호로 표시되는 다양한 단위는 마치 해독되지 않는 암호처럼 내용 이해를 가로막고, 때로는 과학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 그런데 과학책에는 왜 그렇게 단위가 많이 나올까? “자연과학은 물리량을 측정하고, 측정된 물리량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는 학문 분야”이고, 측정에는 반드시 단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m’나 ‘10kg’처럼, 측정된 물리량은 숫자와 단위로 표현된다. 이러한 물리량 사이의 관계가 바로 과학 법칙이다. 그래서, 역으로, 단위만 제대로 알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물리량 사이의 관계‘식’을 짐작할 수 있고, 과학 법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힘’이란 무엇인가? 과학 개념까지 잡아 주는 충실한 단위 사전
이 책은 단위 사전을 표방하지만, 모든 단위를 망라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에서 주로 쓰이는 핵심 단위와 상수에 집중해, 단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단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담았다. 각 단위에 대한 설명은 총 세 단락으로 구성된다. 첫 단락에서는 압력, 에너지, 온도, 자기장 등 단위로 표현되는 물리량의 개념을 알아보면서 관련 이론 및 실험을 통해 단위가 설명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단위의 정의와 실제 쓰임을 알아본다. J, kWh, eV, cal는 모두 에너지의 단위인데, 어떻게 다르고 각각 언제 쓰일까? 이처럼 유사한 단위나 비슷해 보이지만 구별해야 할 단위도 비교하여 소개한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단위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의 생애와 주요 업적을 소개한다.
예컨대, 힘의 단위 뉴턴(N)에서는 일상에서 쓰는 힘이라는 말과 과학 용어로서 힘의 차이를 구분하고 뉴턴의 운동법칙을 통해 힘이 설명되는 과정을 먼저 살핀 뒤, 구체적으로 1N은 어떻게 정의되며 어느 정도 크기의 힘인지, 무게와 질량은 어떻게 구분되고 각각 어떤 단위로 나타내는지 알아본다. 이어서 아이작 뉴턴의 생애와 업적을 돌아본다. 최무영 교수의 말처럼 “단위를 표제 삼아 고전물리에서 양자물리, 열과 통계물리의 핵심 내용까지 풀어놓은 이 책은 단위뿐 아니라 과학 자체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힘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아 힘든 하루였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힘들지?” “힘들면 쉬어 가세요.” 그러나 이때의 힘과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힘은 차이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힘이라는 말은 폭넓게 쓰이는 반면, 물리학에서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43쪽)
● 킬로그램의 기준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내 몸무게, 그럼 왜 바꾸었을까?
새로운 국제단위계와 7가지 정의 상수의 의미
1960년에 국제단위계가 확립된 이래로 가장 심대한 개정이 2018년에 있었다. 킬로그램원기를 폐기하고 플랑크상수를 이용해 질량을 정의하게 되면서 국제단위계의 기준을 기본단위가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7가지 상수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의 크기가 바뀐 건 아니다. 1킬로그램의 질량은 2018년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고, 지금 당장 2018년 이전의 기준으로 돌아간다 해도 내 몸무게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미터원기나 킬로그램원기 대신 자연에 존재하는 상수를 기준으로 삼게 되면서 “측정의 정밀성과 실험을 통한 재현성이 향상”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오염이나 산화 반응 등으로 미세하게 값이 달라지는 원기와 달리 상수는 언제나 같은 값이고,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실험실에서라면 누구나 실험을 통해 측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론에는 셰세프, 큐빗, 척관법 등 고대 동서양의 측정 단위부터 국제단위계의 성립과 2018년의 재정의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단위 체계의 발전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새로운 국제단위계의 기준이 된 7가지 정의 상수에 관해서는 2장에서 살펴본다. 각 상수의 의미와 측정 방법, 그리고 각각의 상수가 기본단위인 초, 미터,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 칸델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알아본다.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하며 양자역학의 문을 연 막스 플랑크, 통계적인 방법으로 엔트로피를 정의한 통계역학의 아버지 루트비히 볼츠만 등 상수가 된 과학자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