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의 여행은 상상이 아닌 실재이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북소리를 들으며, 시베리아 샤먼의 영혼이 여행했던 의식 너머의 낯선 풍경으로 들어가 자신의 수호 정령인 신성 동물과 지혜의 교사를 만납니다. 샤먼의 여행은 생명력을 상징하는 신성동물과 지혜를 상징하는 교사 정령의 도움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인생의 시련을 헤쳐나가며, 유혹처럼 찾아드는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홀연하게 떨쳐내고 세상을 향한 내면의 열정과 창조력을 발휘하는 진실한 체험입니다. 저자 산드라 잉거만은 나무 가지 위에 내려 앉은 한 마리 새의 움직임처럼 삶의 어느 한 순간도 낭비하는 일없이,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샤먼 여행의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합니다. 샤먼 여행, 수호 정령, 신성 동물, 지헤의 교사, 이 낯선 용어들이 한갓 은유적 표현에 불과하고, 샤먼 여행도 그저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서의 저자 산드라 잉거만 자신이 직접 체험했고 그녀에게 배웠던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낯설고 신비한 샤먼 여행에 성공했습니다. 출판사 페르아미카의 편집자이자 본서의 번역자인 조안나도 혼자서 그리고 지인들과 더불어 샤먼 여행의 이론과 실천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마침내 확신을 갖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 경험했던 샤먼 여행의 성과를 상세 이미지란에 간단히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본서 〈샤먼의 여행: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독자 여러분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찬양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리라 믿습니다.
한 사람의 고통은 온 우주의 아픔이다.
세계적인 민속학자이자 샤머니즘 연구가였던 피어스 비텝스키는 몽골과 러시아의 다양한 소수민족 부락을 답사하고 당시 소련의 탄압과 감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그 명맥을 이어가던 유라시아의 샤머니즘 전통을 기록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한민족의 슬픈 서정을 간직한 ‘아리랑’과 ‘쓰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에벤크족(Evenk)도 만납니다. 이들 부족의 샤먼은 황홀경의 엑스터시 상태로 들어가 자유자재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예언과 치유의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풍경을 발휘합니다. 에벤크족의 이 노인 샤먼은 자신이 일단 신성(divine power)과 접촉하고나면 늑대나 곰 혹은 땅벌레나 물오리 그리고 늙은이 같은 다양한 정령들이 자기 주변에 출현하고 자신은 그들과 대화하면서 이 정령들의 도움으로 병든 자를 치유하고 죽은 영혼을 구제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에벤크족의 샤먼은 한 사람이 아파서 신음하면 이는 어머니 땅(자연)이 아프기 때문이며, 아버지 하늘(우주)이 신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샤먼에게 한 사람의 고통은 자연과 우주 삼라만상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비극적인 사건이며, 어느 한 사람을 치유하는 행위는 땅과 하늘의 고통, 자연과 우주의 고통, 지하계와 천상계의 고통을 동시에 치유하는 우주적 사건이 되고 맙니다.
나는 해를 보기도 전에 이미 샤먼이 되었다.
피어스 비텝스키가 존경했던 러시아의 민속학자 중에 안드레이 포포브(Andrei Popov)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1930년대 초반 시베리아 북서부 지역에 모여 살던 응가나산족 (Nganasan)을 찾아간 포포브는 그 곳에서 이 부족의 위대한 샤먼 듀하데(Dyukhade)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생의 말년에 접어든 듀하데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샤먼이 되었는가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듀하데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하기 전 이상한 꿈을 꿉니다. 그 꿈 속에서 그녀는 강력한 전염병을 옮기는 천연두 정령의 아내가 되었고,자신은 아들을 낳은 후에 곧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듣습니다. 꿈에서 깨자 그녀는 가족들을 불러놓고 장차 자신의 아이가 위대한 샤먼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듀하데가 태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듀하데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던 어느 날 듀하데는 3년 동안 이유도 모른 채 끔찍한 병에 시달립니다. 삶과 죽음을 오가던 듀하데는 자주 의식을 잃었고 그 사이 무시무시한 장소로 이끌려 다니며 불에 타고 물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3년이 끝나가는 마지막 3일 내내 그는 아예 의식을 잃고 자리에 누운 채로 그만 죽은 사람이 됩니다. 그러자 가족과 친척들이 그를 장사지내고 매장할 준비를 치릅니다. 하지만 죽어있던 그 마지막날 듀하데는 기적적으로 깨어났고 그 사이 자신이 경험했던 신기한 사건들을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줍니다.
죽음에 갇혀있던 3일 동안 듀하데는 파란만장한 샤먼 여행(shamanic journeying)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깊고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를 듣습니다. “너는 세상의 물을 지배하는 분에게서 권능을 부여받을 것이다. 샤먼으로 거듭날 너의 이름은 거침없이 물 속에 뛰어드는 신령한 새 룬(Loon)이 되리라” 듀하데는 물 밖으로 나와 해변을 하염없이 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비슴듬히 누워 있는 알몸의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거대한 물의 여왕이었습니다. 듀하데는 망설임없이 그녀의 젖을 빨기 시작했는데 물의 여왕은 말합니다. “그래, 내 아들아, 이제서야 내게 나타났구나. 내가 너를 마음껏 마시고 배부르게 하리라. 이제 너는 극한의 피로와 끝없는 욕망에서 해방되리라.” 물의 여왕은 듀하데를 자신의 아들로 삼았고, 결국 그는 죽음이라는 꿈에서 깨어나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듀하데가 깊고 어두운 바다로 간 것은 태초의 ‘어머니의 자궁’ 즉 죽음과 탄생을 상징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갔다는 말입니다.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새겨진 현실 속의 자아(ego)를 말끔하게 씼어던지고 샤먼이라는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물의 주인에게서 권능을 부여받고 물의 여왕의 아들이 되었다는 말은 그가 이제 신령한 능력을 갖춘 샤먼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며, 삶과 죽음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신과 인간의 중개자가 되리라는 말입니다. 칼 융의 심리학은 듀하데가 들어가고 나왔던 깊고 어두운 물에 주목합니다. 이는 한 인간에게 국한되지 않는 인류 전체의 무의식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즉 장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는 인류의 위대한 원형과 그리고 개인의 위대한 운명과 마주한 것입니다. 이제 듀하데는 타고난 샤먼의 능력을 자기 자신이 아닌 절대 다수의 타자, 즉 그가 접촉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물론 인류 전체의 삶을 축복하고 죽음을 위로하는 우주적 인간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세계 나무의 정령이 말했다. 나의 가지로 만든 북(shamanic drum)이 평생 너를 도우리라
샤먼이 경험하는 황홀경은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샤먼들을 거의 모두 강력한 북소리를 통해 트랜스와 같은 의식의 특수한 상태에 들어갑니다. 러시아 남단에 자리잡은 투바 공화국은 유구한 샤머니즘의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입니다. 그 지역의 샤먼들은 북을 샤먼의 말(the shaman horse)이라고 부릅니다. 샤먼의 북소리가 그를 천상계와 지하계로 데려다주는 강인한 말과 같아 보여서 입니다.
본서의 저자 산드라 잉거만에게는 20세기 최고의 샤머니즘 연구가인 마이클 하너(Michael Harner)라는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푸에블로 인디언 샤먼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북을 사용해서 처음으로 샤먼 여행에 성공합니다. 북소리의 세기와 속도을 달리하며 북소리 박자를 다양하게 실험하던 중에 그만 샤먼의 트랜스에 뺘져들게 됩니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던 그가 이런 극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조롭게 반복되는 북소리의 리듬에 해답이 있습니다. 분당 200회에서 250회에 걸쳐 북을 치다보면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변성의식 상태 (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여러번에 걸쳐 동일한 북소리 박자에 맞추어 변성의식을 경험했던 마이클 하너 박사는 그럼에도 시베리아 샤먼들의 북소리 장단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자신의 입장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그런데 몇 년 후 시베리아의 알타이계 부족의 샤먼 북소리를 실제로 녹음한 테이프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고, 자신과 시베리아 샤먼의 북소리 장단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접하고서 크게 놀랍니다. 마이클 하너 박사가 녹음한 북소리와 본서의 저자 산드라 잉거만이 녹음한 북소리가 본서 134 페이지 (”북소리 유튜브 소개”)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1984년 마이클 하너 박사는 드디어 소련에 입국합니다. 바로 시베리아 샤머니즘 연구와 보존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작업에 초청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7년이 넘도록 현지조사를 이어왔던 러시아의 민속학자 유리 심첸코 (YYuri Simchenko)박사와 만나게 됩니다.그리고 그에게서 시베리아의 샤먼이라면 오직 북소리에만 의존해서 황홀경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특히 환각 현상을 불러오는 약초나 여타의 환각 물질은 트랜스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반들이 자주 사용하지만 그 효과는 너무 미미하고 그 피해는 너무 크다는 이야기도 전해 듣습니다.
본서의 저자 산드라 잉거만은 1980년대 하너 박사와 함께 샤먼의 강력한 도구인 북을 활용해서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샤먼 여행에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샤먼 수행가입니다. 그녀는 그간의 자신의 체험은 물론 수많은 교육생들의 이색적인 체험을 기록하고 분석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그녀는 일상적인 의식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우리 각자의 수호 정령과 만나고 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반복되는 삶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샤먼 여행의 노하우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이제, 의식의 문턱을 넘어서 비일상적 현실의 세계로
샤먼의 북소리가 우리를 이끌어가는 곳은 의식 너머의 세계입니다. 이는 샤먼의 영혼이 여행하는 신성한 영토이며, 현실과 의식의 문턱 너머에 존재하지만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일종의 황홀경(ecstasy)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샤먼이자 〈돈 후앙의 가르침〉의 저자인 카를로스 카스타네다는 이 특수한 체험의 영역을 비일상적 현실 세계라고 부릅니다. 트랜스 혹은 엑스터시로 이해되는 이 특수한 경험의 세계는 20세기 중반 프로이드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인류학자들에게는 단지 정신분열 혹은 정신착란이라는 정신 질환의 문제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런 체험은 단순히 유체이탈이나 임사체험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습니다. 요가나 명상과 같은 다양한 심신수련의 경험과도 어느 정도 유사하지만 그럼에도 동일한 체험은 아닙니다.
한편 샤먼 여행을 통해 마주하는 비일상적 현실은 꿈과 달리 항상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체험되며, 꿈과 같은 희미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각각의 상황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꿈과도 구별됩니다. 다시 말해 샤먼 여행에 앞서 내가 자신의 삶속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이후 샤먼 여행을 통해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한편 요가나 명상 혹은 유체이탈과 달리 샤먼 여행은 의식의 문턱 너머에 존재하는 자신의 수호 정령 혹은 보호 정령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흔히 고대로부터 운명의 신비한 조력자로 통용되는 수호 정령(guardian spirit)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카톨릭 신자들의 세례명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를 삶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보호하고 우리의 운명에 조력하는 존재라는 의미로 수호 정령 혹은 보호 정령이라고 부릅니다. 캐나다나 미국의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코스트 살리시 인디언 부족은 수호 정령을 신성 동물(power animal)이라고 부르며, 가끔은 인디언의 교사(teacher)라고도 부릅니다.
위대한 샤먼 듀하데는 꽃과 식물 그리고 무거운 바위와 들쥐와 족제비는 물론 선조의 영혼들이 보내주신 지혜의 교사들까지 실로 무수한 수호령을 거느렸고 그들의 도움으로 현실과 비현실에 존재하는 내면의 공포와 현실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은 물론 부족민 전체를 보호하는 샤먼이었습니다.
우리들 모두 자신만의 수호령, 즉 자기만의 신성동물과 지혜의 교사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동물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신성 동물은 현실 속 상처와 갈등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조언하며, 지혜의 교사는 비를 맞으면서도 우아하게 춤을 출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전해줍니다.
‘샤머니즘’ 만큼 친숙하면서도 낯선 용어는 잘 없을 것이다. 태고의 종교이며, 종교 이전의 인류의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지배한 신화적 세계이면서도, 정작 샤머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저 인류학의 연구 주제로만 남아 있다. 현대 문물의 세계, 계몽의 세계에서 조금만 뒷걸음질을 쳐보면 우리는 신화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칼 융이 분석심리학에서 시도한 집단 무의식의 세계, 조지프 캠벨이 보여준 거대한 빙산의 몸통 등 그 모든 것들이 신화의 세계의 입구이다. 그리고 마이클 하너(Michael Harner)가 있다. 마이클 하너는 인류학자로서 전통 샤머니즘을 연구하다 그 스스로 샤먼이 된 인물 중의 하나이다. 그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샤먼 전통의 핵심 요소들을 정제해 핵심 샤머니즘(core shamanism)이라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인류가 수행해온 공통된 핵심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이 핵심 샤머니즘과 함께 네오 샤머니즘의 시대가 열렸고,전 세계의 수많은 현대인들은 그것을 탐구하고 수행하며 신화의 세계에 발을 걸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산드라 잉거만도 그 샤먼 수행자 중 하나이다. 그는 단지 신비로움, 호기심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현대인이 처한 정신적 우울과 무기력, 신체적 고통, 삶의 괴로움을 샤먼의 여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센 북소리를 듣는 것으로 우리는 뇌파를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변화된 뇌파는 변성의식 상태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우리는 만물의 정령과 어머니 대지를 만날 수 있다. 삼차원의 물리 세계는 더 고차원의 영적 세계와 수없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적 세계의 정령들은 기꺼이 우리를 위로해준다.
산드라 잉거만은 삶의 큰 문제부터 사소한 자동차 수리 문제까지 자신의 보호령에게 도움을 구하며 함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정령 혹은 영성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지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샤머닉 센터에서 수행한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샤먼 여행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다. 끈기를 가지고 요청하고 수행하면 우리는 우리보다 더 큰 세상, 더 넓은 차원에 반드시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우리는 블레이크와 예이츠의 신비의 세계가, 캠벨과 융의 신화의 세계가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