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시를 쓰는가? )
●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고 어린 아해 시절부터 시를 끄적이면 뿌듯했습니다. 어른들은 제가 쓴 시를 보고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엔 교지에 제 시(詩)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인쇄된 출판물에 처음 실렸던 제 글은 시였습니다.
● 시(詩)는 문(問)입니다. 시인들의 시(詩)는 제 삶을 비추고 일깨우는 훌륭한 질문들이였습니다. 질문을 걸어오는 글이라면 물음표가 붙어있지 않더라도 질문이겠지요. 질문술사로서 저는 질문을 다른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충동을 품었습니다.
● 빛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그림자가 짙어지곤 합니다. 이상적이고 밝은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억압되고 소외된 삶의 다른 측면들이 그림자가 되어 제게 경고를 보냅니다. 시(詩)는 저의 불안한 영혼을 치유하는 글이자, 억압의 해독제입니다.
● 답답한 가슴 속 마음을 담기에 이성은 너무도 차갑습니다. 그림도 좋고 춤도 좋으나, 제겐 시(詩)의 압축된 형식이 감정적으로 평안함을 느끼게 하는 적절한 공간을 열어주곤 합니다.
● 죽어가는 영혼에게 시(詩)는 사치스러운 놀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영혼을 되살리는데 필요한 치료제는 예술적인 것들이며, 적어도 제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직 살아있다는 고독한 외침 같은 것이랍니다.
● 시(詩)를 쓰는 데 이유를 찾는 게 우습긴 하지만, 이유를 시(詩)로 쓸 수 있다면 그도 좋겠지요.
● 제가 고민하고 디자인했던 질문들 만큼이나 제가 쓴 시(詩)도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단 1명이라도 제 어린아이 걸음 같은 시를 읽고, 자신의 삶에 질문을 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글쓴이가 자신의 책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소개하자면 끝이 없을 듯 하여 그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서평 중에 저자를 대신해 아래 질문에 답해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Q1. 이 시집은 누구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인가?
Q2.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이 시집을 읽으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Q3. 이 책의 어떤 구절이나 질문이 당신을 머물게하거나, 성찰하게 하는가?
Q4. 〈다시 묻다〉라는 시집을 읽는 더 좋은 방식이란 무엇인가?
Q5. 만약 당신도 당신의 삶을 시집으로 펴낸다면, 그 시집에 어떤 제목을 붙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