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의말]
코로나 19, 1029 할로윈 참사, 불황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해고와 구조조정, 역전세 등 주거불안정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한 상태이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실을 경험할 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위기관리상담전문가로서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사는 개인과 우리 사회에 남은 깊은 상처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으로만 남아 있었다. 여러 번의 망설임과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지만 이번에 용기를 내었다.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했거나 상실로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걱정하거나 도움을 제공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설령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시기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삶의 본질인 것 같다. 또한 우리가 성취한 것이 있다고 해도 나의 의도와 계획과는 달리 없어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허탈감, 좌절감, 무기력감, 배신감, 원망감 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공 지향적이고 성과를 강조하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와 동시에 존재하는 아픔이나 상처에는 관심이 부족하거나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지 않고 조심한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거나,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성질환으로 자신 혹은 주변 사람을 잃기도 하고, 어느 날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망하거나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퇴행성운동기능장애로 인해 보행이 불가능해지고, 사고로 집에 불이나 다 타버려서 살 곳을 잃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상실”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실은 사망으로 인한 사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Neimeyer 박사는 역자가 자살로 인한 상실로 인해 힘들어하는 유가족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접하게 되었고 미국의 샌디에고에서 열린 미국심리학회의 애도상담워크숍에 참석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국내학회에서 초청한 워크숍에 참석하여 다시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Neimeyer 박사와의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애도, 비탄에 대한 인식은 물론 상실에 대한 우리 사회는 물론 전문가들의 이해와 전문성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정말 실력 있는 치료자로서의 참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그러면서 당시 미국에서 구매했던 “Lessons of Loss”를 여러 번 읽고 참고하게 되었고 애도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재료가 되었다.
이번에 번역한 “애도와 상실”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을 위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상실경험은 물론 직장상실 등의 구체적인 상실을 다루고 이에 대한 반응인 의식(儀式)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한 상실로 인한 의미구축과 재구축,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항상 나의 위기관리 활동과 노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며 언제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본서의 출판을 기꺼이 수락하신 피와이메이트의 노현 대표님과 꼼꼼하게 표지 디자인과 문장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여 검토해주신 김민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2023. 7
대표역자 육성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