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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 앨리슨 케이퍼
  • |
  • 오월의봄
  • |
  • 2023-07-21 출간
  • |
  • 568페이지
  • |
  • 140 X 210mm
  • |
  • ISBN 9791168730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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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장애를 이해하는 대안적 관점: 장애의 정치적/관계적 모델

이처럼 장애의 미래가 바로 장애에 대한 현재의 이해와 가정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저자는 장애를 이해하기 위한 대안적 모델과 관점을 제시한다. 장애에 대한 주류적 이해는 개별 인간이 겪는 사적인 문제,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장애의 개별적 모델’ 혹은 장애를 의학적 사실로 다루며 비정상적 신체와 정신을 치료하는 것을 장애에 대한 적절한 접근으로 여기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다. 장애의 개별적/의료적 모델에서 장애는 특정한 몸과 마음에 내재한 개별 인간의 문제적 특성이자, 오로지 의료적 문제이자 객관적 사실로 여겨진다. 반면 장애와 손상을 구분하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 존재하는데, 이에 따르면 손상은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지칭하며, 장애는 손상에 기초한 사회적 배제를 나타낸다. 말하자면 장애를 만드는 것은 손상이 아니라, 사회적 혹은 건축학적 장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손상과 장애는 모두 사회적인 것이며(손상을 엄밀하게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일반적인 몸’이란 매우 특정한 몸이 아니던가), 손상과 장애의 구분이 오히려 손상이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지울 수 있음을 지적한다(가령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구조적 변화가 그들의 통증을 멈추는 데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저자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양분해온 기존의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비판하며, 장애는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경험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장애의 (손상을 포함한) 모든 영역을 논의의 대상으로 보는 장애의 정치적/관계적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장애의 개별적/의료적 모델의 관점과는 달리 장애가 “개별적인 몸과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몸, 마음, 존재 방식을 배제하고 낙인찍도록 구축된 환경과 사회적 패턴에 존재한다”라고 본다. 가령 휠체어 이용자의 문제는 개별적/의료적 모델을 통해 보자면, 의학적 개입을 통해 잘 해결될 것이며, 그렇게 해결되지 않을 때는 친구나 가족에게 의존해 이동성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면 정치적/관계적 모델에서 이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 차별적 태도 등에 있으므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이고 정치적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치적/관계적 모델은 의학적 개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닌데, 다만 그 의학적 개입에 여러 편향된 사고가 물들어 있음을 인정하고 의료적 모델의 정치성과 관계성을 더욱 인식하기를 요청한다(가령 의료적 개입은 경제적 관계와 현실과 매우 유관하며, 문화적 이데올로기와 분리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정치적/관계적 모델은 사회적 모델이 주변화시키는 (의학적 개입을 원하는) 장애인을 포함하는 한편, 장애의 사회적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장애중심주의의 전반적 영향력을 설명해낸다. 가령 키가 작은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가하거나,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그 친구나 가족이 겪는 비장애중심주의적 장벽은 사회적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케이퍼는 이 대안적 관점을 통해 우리가 장애의 문제를 생물학적인 것/사회적인 것, 의학적인 것/문화적인 것 등의 근대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접근할 것을 요청한다. 장애는 애초에 불안정한 개념이며(그렇지 않다면 그 수많은 제도와 기관에서 장애의 정의를 그렇게 꼼꼼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장애의 범주는 특정한 마음과 몸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장애와 질병이 있다고 분류되어 결과적으로 차별을 경험했기에 발생한다. 우리는 이제 장애라는 개념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서 출발해, 장애의 모든 면을 관계적이고 정치적인 자리로 끌어와 경합과 논쟁의 자리로 만들고 장애를 둘러싼 당연하다고 여겨져온 가정을 심문하고 뒤집고 해체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장애의 렌즈로 정상화에 도전하기

케이퍼는 이 장애의 정치적/관계적 모델 안에서,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의 자원을 불구화하면서 사회 모든 영역에 비장애중심주의와 그 가정이 어떤 모습과 방식으로 우리의 시공간에 광범하게 존재하는지 들춰나간다. 1장에서는 장애의 시간성을 탐구하는데, 장애 있는 몸/마음은 치유를 향해서 나아갈 때만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규범적 시간성이 ‘치유적 시간’의 틀을 넘어선 불구의 시간을 논한다. 이때 이성애 각본에 맞춘 규범적 시간성을 폭로해온 ‘퀴어 시간성’, 그리고 재생산 미래주의(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을 미래의 지표로 상상하는 것)를 장애학의 렌즈로 비판적으로 읽어내면서 불구의 시간과 퀴어의 시간을 모두 확장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2장과 3장에서는 미래가 치유의 시간으로 묘사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구체적으로 의료적 개입을 통해 장애를 제거하거나 혹은 제거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나아가 장애를 선택하는 것을 둘러싼 논쟁을 살피며 좋은 미래에 대한 비장애중심주의적 가정에 강력하게 도전한다. 2장에서는 미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베개 천사’(누워만 있을 수 있는 이 장애아동에 대한 애칭), 여성 장애 아동인 ‘애슐리 X’의 사례를 분석한다. 몸은 발달하지만 마음은 발달하지 않는 어긋난 그녀의 시간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슐리의 부모와 의사들은 성장억제 요법을 가해 그녀의 몸을 아동의 몸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도록 만들었고, 유방과 자궁을 절제한다. 케이퍼는 이 사례를 젠더, 불구의 시간성과 미래성 안에서 비판적으로 독해해낸다. 3장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장애가 사라진 페미니즘 유토피아 소설의 가정을 질문하고, 반면 장애 선별 검사를 거부하거나 장애를 선택하는 데 재생산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자들로 비난받게 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장애의 미래를 질문한다.
4장에서는 보수 자선 단체인 ‘더 나은 삶을 위한 재단(FBL)’가 만드는 비상업적 광고 캠페인인 〈전하라(Pass It On)〉 광고판을 분석한다. 이 캠페인은 공동체의 가치를 탈정치화하고 개인화시키며, 더 나은 삶은 정치와 구조가 아닌 개인의 인성과 노력에 좌우된다는 보수적 가치관을 전파하는데, 이때 역경을 극복하는 개인의 모습으로 장애와 장애인을 활용하고 배치하는 전략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어지는 5장과 6장에서는 사이보그 이론과 환경주의를 장애라는 렌즈를 통해 독해하고 확장한다. 5장은 페미니즘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인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과 사이보그 담론이 장애 있는 몸과 장애 경험을 단순화하고 탈정치화하는 레토릭과 맥락을 비판적으로 추적해내면서도, 〈사이보그 선언〉 혹은 사이보그를 불구화할 가능성을 탐색해 장애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데 전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6장에서는 환경주의와 환경 정치에 깔려 있는 (특히 비장애신체성을 가정하는) 비장애중심주의를 추적한다. 특히 이 장은 최근 ‘모두를 위한 관광’과 같은 장애 접근성을 높이는 여행, 아웃도어 등의 논의에서도 주요하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케이퍼는 자연환경 역시 도시의 건물이나 도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정치적으로 구축된 환경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동시에 환경주의나 에코 페미니즘조차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신체와 그렇지 않은 신체를 자연스럽게 가정하는 비장애중심주의를 짚어낸다. ‘일반적’인 산길 역시 인공적인 것이지만 장애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등산로에는 유난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엄격히 들이대거나, 자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신체(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신체)가 있다는 가정은 아주 익숙한 사고방식이지 않은가.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불화하는 교차와 연합의 장

이 책은 장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당연시하고 자연화하는 태도가 문화, 사회운동, 학술연구 전반에서 장애를 주변화해왔는지를 드러내고, 특히 더 나은 미래상을 그리는 기획들 안에 정상화의 충동이 얼마나 짙게 묻어 있는지 치밀하게 폭로하면서도 저자는 정상화의 충동에 의존하지 않는 더 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정치의 가능성을 역설한다. 다시 말해 퀴어 및 페미니즘 이론과 글을 불구화하는 동시에 장애 이론 및 실천이 퀴어, 페미니즘과의 연대를 통해 확장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한다.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다양한 억압의 체계가 서로 얽히며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러 소수자 정체성이 서걱거리며 불화하는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억압은 공존하며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며 페미니스트/퀴어/불구의 연합과 그 열린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정치로 독자들을 초청한다.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의 저자이자 페미니즘 장애학자인 김은정은 이 책이 “장애와의 연대를 통해 퀴어 정치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퀴어와의 연대를 통해 장애 이론과 여성 이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지적하면서” “퀴어에 대해 침묵하는 장애학 역시 비판한다”라면서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의 미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선 자기 성찰과 도전이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을 통해 그 어떤 하나의 입장이 해방을 만들어낼 수 없음을 드러낸다”라고 짚는다(11쪽).
케이퍼는 그 연합의 현장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화장실에 대한 장애 접근성과 젠더퀴어 접근성을 함께 평가하는 화장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해, 정체성과 상관없이 접근성 문제로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은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화장실을 찾는 사람들(PISSAR)’의 활동은 그중 하나다. 화장실은 트랜스젠더와 장애 문제가 연합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물론 이 활동 내에서도 화장실에 대한 트랜스젠더 접근성이 강조되면 장애 접근성이 희석될 것을 우려하며 연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환경정의의 영역도 또 하나의 현장이다. 환경운동, 특히 반독성 활동가들이 환경 부정의의 증거로 장애를 활용하는 모습(가령 독성물질이 장애를 일으키고, 그때 장애는 공포의 대상으로 재현된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하지만 독성물질이 장애인 혹은 이상 진단을 받은 사람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비장애중심주의를 벗어난 더 나아간 분석이 필요하며, 오히려 환경정의가 장애학과 교차할 때 더 넓은 연합의 가능성이 생성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미국의 장애법이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을 보는 장애 권리 교육 및 옹호 기금(DREDF)의 활동, 화학물질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이 환경정의의 기획을 수행하기 위해 안전한 무향 공간을 접근성의 개념으로 가져온 것이 바로 그 예다.
저자는 재생산정의의 영역 역시 불화하는 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데, 임신을 지속할 권리를 임신을 중지시킬 권리만큼 중요하게 요구하는 재생산정의의 영역은 재생산 권리와 장애 권리 운동의 연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산전 및 산후 진단 상태 인식법(케네디 브라운 법)을 제정할 때 장애와 재생산 권리 영역의 여러 단체가 이를 함께 지지할 수 있었던 사례를 들며 저자는 힘든 길이지만, 고통스러운 장애의 현재와 미래에 고착되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재생산정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한 재생산정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2013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장애학, 특히 장애를 교차적으로 사유하고 이론화하는 데 기여해온 이 책은, 비장애중심주의가 반드시 장애, 장애 운동, 장애학의 주제만이 아니라 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해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강력히 드러낸다. 장애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주장을 넘어서 불구의 미래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 대담성, 더 접근 가능한 미래를 향한 상상, 정상성에서 미끄러진 불량한 존재들의 불화하면서도 의존하는 정치의 가능성, 비틀거리면서도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목차

추천의 글 불량한 존재들의 미래를 짓고 잇는 작업 | 김은정
감사의 글
표지 설명

들어가는 글 상상되는 미래

1. 장애학의 시간과 불구의 미래
2. 일치한 시간과 어긋난 시간: 애슐리 X
3. 페미니즘적 미래에 대한 논쟁: 미끄러운 경사로, 문화적 불안, 농인 레즈비언의 사례
4.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전하라〉 광고판 해방하기
5. 사이보그와 불구: 비판적 만남
6. 자연의 몸: 장애의 환경 정치
7. 접근 가능한 미래, 미래 연합

부록

옮긴이의 글
주(註)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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