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메시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일종의 특권을 누렸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누려온 특권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
축구사에 ‘불멸의 존재’로 기록될 그 이름, 메시를 이야기한다
메시에 대해 말할 때 어느 하나를 소재로 선택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접근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약 20년의 커리어에서 그 자신이 직접 쓴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미디어와 대중이 만들어낸 수십, 수백 개의 수식어가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를 꼽자면 역시 GOAT(역대 최고; Greatest Of All Time)일 것이다. 거의 15년간 메시는 누가 당대 최고의 선수인가를 두고 호날두와 겨루었다. 메시, 호날두 두 선수는 전 소속팀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와 함께 축구사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리를 형성했다. 두 선수 모두 최고의 선수이며, 둘 중 어느 누구를 더 높이 평가하느냐는 단지 선호도와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주제였다. 논쟁의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 논쟁은 완전한 결론을 맺게 되었다. 조국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을 안기며 자신의 경력에 남은 마지막 미션을 이룬 메시가 ‘당대’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은 것을 넘어,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도 손꼽히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GOAT’ 논쟁이 메시와 호날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와 동일선상에 서게 되었으며, 누가 진정한 ‘GOAT’ 올타임 넘버원인지는 후대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미 고인이 된 펠레는 1940년생이었고, 마라도나는 1960년생이었다. 현 시대의 스포츠팬, 독자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메시는 1987년생이다. 우리 대부분은 메시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즐겨온 세대다. 조금 과하게 수식하면, 우리 모두는 일종의 특권을 누린 셈이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17~18세의 나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거의 모든 대회 우승을 섭렵하고 월드컵 챔피언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메시의 플레이를 보며 누려온 특권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한준 기자는 과거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메시를 두 차례 길게 인터뷰한 이력이 있다. 그는 그것을 ‘천운’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메시를 취재하면서 ‘천재’가 간직한 비밀을 탐구하고 싶었다. 과거에 존재했던 기록들을 계속해서 경신해나가며 모든 우승 트로피와 개인 타이틀을 섭렵했던 메시였지만. 그 역시 좌절과 시련을 겪은 보통 사람이기도 했다. 저자는 해를 거쳐 여러 번 메시를 마주하며 그가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숙해가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시간에 흐름에 따라 메시의 변화를 관찰하며 느낀 많은 인사이트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리오넬 메시 - 선수 12』는 과거 출간된 선수 시리즈 전작들에 비해 현란한 인포그래픽 콘텐츠가 적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포그래픽으로 적절히 구성할 만한 메시의 기록과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사진 역시 추리고 추려 최적의 이미지만을 선별했다. 단순히 멋있고 아름다운 사진을 넘어 메시의 스토리와 저자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이미지들을 정확하게 매칭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이 책이 가진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리오넬 메시』는 메시의 선수 커리어와 성취한 업적들에만 집중하지 않고, 메시라는 "천재"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동기부여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는지 이야기한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콘텐츠를 다룬 것이다.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 온 세상의 집중 조명을 받기 전 어떤 시간들을 보내며 묵묵히 미래를 준비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정보가 가득하다. 흔히 천재는 하늘에서 내린다고 한다. 천재라는 말 자체의 한자어 뜻풀이가 "하늘에서 내린 재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선천적이고, 유전적인 것은 아니다. 축구사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메시 역시 그 모든 재능이 타고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메시는 성장 호르몬 결핍이라는 장애로 인해 신체 성장이 매우 더뎌 어려운 유소년, 청소년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이너스 요소를 플러스 요소로 전환해냈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적절한 환경이 있어야 하고, 부모와 교사, 지도자 등으로부터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현재에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 강인한 태도 역시 중요하다. 메시는 그 모든 것을 다 갖추었기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이다. 책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메시가 실제로 노력한 것들의 일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라면 그 일부를 통해 전부를 짐작하고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 천재로 불렸던 선수들은 많이 있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있었고, 영국과 독일에도 있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는 수많은 천재와 신동이 있었고, 지금도 많은 유소년 선수들이 그러한 기대 속에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천재라고 불린 시기를 오래 이어간 선수들은 결코 많지 않았다. 때로는 뜨겁게 추앙받던 이들이 ‘천재성을 잃었다’는 냉담한 평가 속에 ‘범인’으로 내려와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는 그 수많은 천재들 중 정점에 올라 그 시기를 20년 가까이 지속해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됐다. 굳이 축구가 아니라도 메시의 이야기를 통해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가 가진 ‘지니어스 코드’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분명 메시 그리고 축구에 대한 책이지만, 정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성공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매시의 생각과 말, 행동을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정가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