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3년에 시작해 미디어와 젠더를 전공한 교수, 연구자, 미디어 산업(방송, 영상, 언론, 광보, 홍보 등)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내놓은 17번째 총서다. 이 학회는 젠더 연구회, 뉴미디어 연구회, 미디어비평 연구회, 지역여성 연구회 등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며 정기적인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고 정기학술대회와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미디어 관련 현안과 젠더 이슈를 논의하고 그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관련 분야 학문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번 책 『미디어 격차』에서는 신종 디지털 기술이 풍요의 엔진이자 격차의 엔진임을 주지하면서 소득, 성별, 소수자, 민족, 인종, 노령인, 취약계층에게 미치는 디지털 불평등을 진단한다.
미디어 전문가 12명이 제안하는 포용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어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기계가 학습한다. 새로운 AI와 알고리즘 기술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불편함’은 ‘불이익’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와 디지털 사회의 심화에 직면해 새롭게 발생할 디지털 불평등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그 방향성에 관한 토론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AI와 알고리즘이 바꾸어놓을 미래의 산업적 가치와 일상의 편리를 우선해 논의함으로써 신종 불평등에 대한 면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총서 팀은 디지털 불평등 2.0에서 디지털 불평등 3.0으로의 변화를 연속선상에서 접근했다.
이 책은 총 4부, 12장으로 구성했다.
제1부는 미디어 격차 문제를 미디어 기술 환경과 사회구조적 조건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지능정보화 시대 미디어 격차가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실태를 진단했다.
제1장은 레거시 디지털 불평등의 연속선상에서 신종 디지털 불평등의 지평을 탐색하면서 인구사회적 요인을 매개로 한 격차 이외에도 플랫폼 생태계와 자동화 등이 가져오는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논의하고 제도적 지원방안을 제시한다.
제2장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보 격차 담론의 변화와 관련 이론을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미디어에 대한 ‘접근’ 개념을 중심으로 초기 정보 격차 이론을 소개하고, ICT 기기의 대중화가 가져온 ‘활용’ 개념에서 ‘수용과 참여’ 개념으로 확대되어 가는 정보 격차 이론의 변천 과정을 살폈다.
제2부는 디지털 불평등의 현실 속에서 미디어 이용이 배태하는 사회문화적 격차를 논의하고, 대표적인 사회화 기제이자 의식 산업의 주체로서 미디어의 역할을 새롭게 성찰했다.
제3장은 불확실성의 시대 속 뉴스 이용의 증가에 주목하고 변화된 뉴스 미디어 환경과 이용자 격차 문제를 다룬다. ‘뉴스 선택성’의 강화, 다중 뉴스미디어 이용, ‘정보 맞춤화 환경’ 등의 맥락 속에서 개인의 뉴스 이용이 정치지식의 습득과 사회정치 참여, 더 나아가 민주주의 실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찰한다.
제4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부상한 디지털 격차와 교육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면서, 네트워크 사회의 격차와 불평등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보편적 교육의 역할과 의미를 숙고하고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격차의 현주소 및 해소 방안을 논의한다.
제5장은 디지털 격차 문제를 소수자의 재현과 사회문화적 이슈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뿐 아니라 문화적 실천과 담론적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해, 새로운 불평등 요인이 소수자에게 부과하는 억압 기제를 추적하고 정보지능사회가 요구하는 포용의 양식과 다양성의 가치를 모색한다.
제6장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젠더 평등의 ‘기회’와 젠더화된 ‘위험’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과 젠더 이슈를 탐색한다. 디지털 성폭력과 성차별적 혐오, 온라인 게임문화를 통해 디지털 공간의 젠더 정치학을 고찰하고, 이에 대응하는 온라인 페미니즘의 전개 과정 속에 부상하는 새로운 젠더 주체화와 저항의 정치학을 논의한다.
제3부는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드러나는 미디어 산업 격차에 대해 논의한다.
제7장은 미디어 산업의 급격한 지각변동을 마주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을 살펴본다. 미디어 산업의 노동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년과 여성 중심의 불안정한 고용과 위계적 노동시장에서 야기되는 격차를 탐구하고, 디지털 환경 속 미디어 노동자의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삶을 돌아본다. 제8장은 넷플릭스 사례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 영상플랫폼과 문화소비의 관계를 고찰한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이용자의 문화소비, 산업적 효과, 문화적 정체성, 영화적 예술성 차원에서 살펴보고, 국내 미디어 산업 및 문화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제4부는 뉴노멀 시대, 플랫폼과 데이터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포용 사회를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한다.
제9장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의 디지털 시민성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탐구한다. 시공간의 변화와 공명하는 시민성 개념의 변화를 추적하고 여러 선진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 및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동향을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민으로서의 역량과 의무를 성찰한다.
제10장은 팬데믹의 위기를 넘어 글로벌 연대를 통해 공공선의 실현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콘텐츠 액티비즘을 제안한다. 문화콘텐츠가 지향하는 소통의 가치에 주목하여 콘텐츠 액티비즘의 실행 방식과 성과를 검토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에 기초한 콘텐츠 액티비즘 실행 모델과 교육적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제11장은 우리 일상을 파고든 알고리즘의 문제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 알고리즘 서비스에 내재한 개인정보의 노출 및 편향성의 문제를 고찰하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 및 이용자 보호 방안을 탐색함으로써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고 알고리즘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제12장은 디지털 포용사회의 실현을 위해 디지털 참여 거버넌스를 제안하고, 디지털 참여가 포용사회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검토한다. 디지털 참여 격차의 문제,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실천, ‘디지털 신뢰’ 개념 등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자간의 연결성 강화와 시민참여 확대를 통한 디지털 협력 거버넌스 모델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