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팩트와 경험이 만나 탄생한
사격 메커니즘의 시작과 끝
총을 잘 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능이 좋은 총기와 스코프를 갖추면 사격 실력이 올라갈까. 장비가 안 좋아도 사수의 실력이 빼어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까. 사격과 관련한 이런저런 질문은 언제나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서 흥미로운 주제였다. 밀리터리 분야가 아무리 광범위해도 사격이라는 기술과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군인의 기본 소양이기 때문이다.
군인을 포함해 밀리터리 마니아가 총기와 사격에 관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격술이야말로 밀리터리 교양의 시작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사격의 과학》에 눈길이 갈 것이다. 이 책은 사격이란 행위에 담긴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집결해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표적을 잘 맞힐 수 있는지, 적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등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
총기 선택에서 실전 사격술까지
사격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권으로 정리하다
사격에 성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적중은 그저 결과일 뿐이다. 그전에 연습하고 준비한 노력이 모여야만 사격에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빼어난 사격 솜씨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사격 뒤에 존재하는 일련의 준비 과정을 자세히 알려준다. 먼저, 누구든 목적에 맞는 총을 선택해야 한다. 동물 사냥과 전투는 분명 다른 행위이며, 각 행위에 적합한 총을 사용해야 처음 설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책에서는 사냥, 전투, 사격 경기 등 각 분야에 맞는 총의 특성을 설명하고, 어떤 총이 있는지 하나씩 알아본다.
명사수를 지향한다면 총의 특성과 구조도 상세히 알아야 한다. 사격은 총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총신과 기관부가 제대로 접합된 상태가 아니라면 당연히 사격률은 떨어진다. 강선 가공법에 따라 명중률이 달라지기도 하며, 이 때문에 많은 사격용 총의 총신은 뿌리부터 총구까지 지름이 같다. 저자는 말한다. 총의 특성과 구조를 바로 아는 것이 성공적인 사격의 첫걸음이라고 말이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격술의 핵심은 방아쇠를 당기고 표적을 맞히는 행위에 있다. 《사격의 과학》 저자는 이 같은 사람들의 예상에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책에서는 조준기의 다양한 형태를 알려주고, 이를 이용해 어떻게 표적을 조준하는지를 설명한다. 어떤 레티클이 좋은지, 밀과 밀도트가 무엇인지, 스코프를 이용한 영점조준을 어떻게 하는지 해설한다.
특히 영점조준과 원거리 탄도와 관련한 설명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데,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옛 기억을 되살리면서 노하우를 익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군대 경험이 없더라고 저자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별다른 편견 없이 사격 노하우를 빨리 습득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최고 수준의 사격을 완성하는
군사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
사격술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혹자는 짧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짧게 잡아도 백 년을 훌쩍 넘기고, 화승총의 역사를 생각하면 16세기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이 긴 시간 동안 많은 이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표적을 맞힐까 고민하며 사격술을 갈고닦았다. 이 때문인지 총을 쏠 때 취하는 자세가 매우 다양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기에 많이 쓰는 자세인 힙 레스트 서서쏴 자세부터 전투에 사용하는 무릎쏴, 앉아쏴, 사격병용 앉아쏴 등 여러 사격 자세를 설명한다. 각 자세의 특징과 장단점을 톺아보고, 정확한 자세를 쉽게 잡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모형총이라도 구비해 매일 조금씩 연습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사격 자세에 익숙해질 것이며, 실제 사격에도 수월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적합한 장비를 마련하고 평소에 제때 정비하면서 올바른 사격술을 매일같이 연습한 사람이라면, 이제 명사수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한 가지를 덧붙인다. 바로 탄약의 세계다. 탄약을 잘 알아야 진정한 명사수의 길을 걷는다고 말할 수 있다. 사수가 직접 탄피에 화약과 뇌관, 탄환을 장착하는 ‘핸드 로드’ 작업은 유의미한 명중률 상승을 가져오는데, 특히나 간발의 차이를 겨루는 사격 경기에서는 핸드 로드가 사격 선수의 기량으로 곧장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탄약 종류도 자세하게 다루는데, 이는 탄약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탄약마다 탄속과 낙하량 같은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탄약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격해야 명중률이 높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밀리터리 문화를 오롯이 즐기는
최소한의 사격 지식
한국은 총기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개인의 총기 소지가 제한적이고, 사냥 문화도 발달하지 못해서다. 군인이나 사격 선수가 아니라면, 사격술과 관련한 지식과 노하우를 얻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 특성상 군대 경험자의 말을 귀동냥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관련 책을 읽거나 동호회에 가입하더라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사격술은 밀리터리 문화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밀리터리 문화를 오롯이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반을 다지지 않고 높이 올라가는 건물은 세상에 없다. 이 책으로 밀리터리 문화의 기본을 닦아보자. 총기와 사격에 관심 있는 사람, 나아가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이 책을 사격 지식을 쌓는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다. 수십 년간 쌓은 저자의 경험과 연구가 밀리터리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