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일 때 빛나고 서로가 소중한 친구
원더는 뛰어난 변신 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이 처음에는 전혀 득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문어가 아니라서 괴물 취급을 받으며 홀로 외롭게 지내야 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바다 생물들도 문제였지만, 원더 스스로도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출중한 능력 때문이었을까? 혼자서도 아무 문제없다고 자꾸 되뇌게 되었다. 유리병 안에 보금자리를 꾸미고서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잣말이 습관이 된 원더에게 말을 거는 물고기가 생겼다. 물고기의 이름은 조였는데, 원더를 겁내기는커녕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름을 묻고 매일매일 원더 곁을 맴돌았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원더를 친구라고 불렀다. 친구끼리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거라면서. 원더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고, 혼자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소중함은 빈자리가 날 때 생기는 법, 조가 잠시 자기 곁을 떠났을 때 원더는 이미 조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느끼지 않았을까? 표현은 서툴러도 조를 향한 마음 씀씀이가 커져 가던 원더, 곁을 내어 준 원더에게 점점 물들어 가는 조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 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기쁨을 나누고 싶은 순간에도 우리는 친구를 떠올린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를 머릿속에서 잠시 지운다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허전함일 것이다. 우리는 함께일 때 빛이 난다.
부모의 각별한 사랑 속에 크는 존재들
한동안 원더 곁을 떠나 있던 조가 입 안 가득 알들을 머금은 채 돌아왔다. 커다란 턱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알들을 지켜 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원더는 그런 조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죽은 엄마가 떠올랐다. 자기를 홀로 남겨 두고 떠난 엄마를 원망했었는데, 원망의 실체는 사실 그리움이었다. 오랜 시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알들을 지키다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자 가슴 한구석이 저렸다. 자기를 돌보지 않고 알을 지키느라 온 힘을 쏟는 조에게 화를 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결국 조의 알들을 지키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 줄 친구이면서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독특한 부성애를 가진 후악치 조는 생명이 있는 만물의 부모를 대변한다. 그들은 자기의 안녕 따위는 뒤로 한 채 마치 자식을 보듬고 아끼며 키워 내려고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들도 예전에는 누군가의 자식으로 보살핌을 받다가 지금 어엿한 부모가 된 것처럼, 지금의 자식들이 언젠가 부모가 되어 각별한 사랑을 전해 주는 것. 이런 대물림 속에서 세상 모든 존재가 자라고 있다. 후악치의 알들이 공기 방울처럼 뽀그르르 깨어나기 시작할 때, 마침내 물고기의 모습을 갖추고 아빠 품을 떠나던 그 순간이 참 아름다웠다. 가슴을 꽉 채우던 감동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자기 능력을 선하게 쓰는 방법
뾰족한 돌기를 이용해 어두운 바다 밑을 이리저리 살피는 원더. 서둘러 변신을 시작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게를 잡아먹으려고 꽃게로 변신해 친구인 척 접근하려는 속셈이다. 이렇듯 원더의 변신 능력은 언제나 사냥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에게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사냥할 때 친구인 척 다가가는 건 반칙이라나? 뜨끔했는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런데 조가 자기의 변신 능력에 감탄하며 배우고 싶어 하자 원더는 자존감이 올라가는 눈치다. 게다가 아무리 변신을 거듭해도 자기의 원래 모습을 알아봐 주는 친구가 있다고 느끼는 건 처음 겪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놀라운 변신 능력을 먹이 잡는 데만 쓰는 건 낭비라는 조의 말도 신경 쓰였다. 변신술을 배우겠다며 매일같이 찾아오는 조가 귀찮고 부담스러웠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원더는 조를 더 이상 밀쳐 내지 않았다. 조와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친구의 안전도 걱정되기 시작했고, 친구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자기의 변신 능력을 쓰는 게 당연해졌다. 친구의 친구도 내 친구가 되는 걸 알게 된 때문일까? 원더는 작은 생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당에게도 당당히 맞서 이겨 낸다. 그리고 지금은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해 보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바닷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원더는 분명 멋진 꿈을 꾸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