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 내면의 삶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
영원불멸의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
그들은 미술과 클래식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에서는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전한다. 선혈이 낭자한 죽음의 게임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비추며 울려 퍼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만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경쾌한 왈츠 음악은 모순되게 느껴지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또한 2022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을 배신하는 상황을 고야의〈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 그림에 빗대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 흐르던 좋은 음악, 시선을 끄는 인상적인 그림. 이렇듯 예술은 결코 멀고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인식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일상 속에 늘 존재하고 흐르고 있다. 단순히 음악과 그림만 듣고 보았을 때의 강렬함도 인상적이지만, 그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의 삶과 철학을 함께 알고 본다면 같은 작품도 색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슈트라우스 2세는 유명 음악가인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와 견제로 인해 넘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서야 음악가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의 대표곡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1866년)에서 패하자 국민들의 상처와 불안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이처럼 그는 불안하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복잡한 심정이 이 음악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해야만 하는 기묘한 상황, 참가자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그럼에도 우승을 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잘 나가던 궁정 화가였던 고야의 삶은 46살에 콜레라에 걸려 청력을 잃게 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던 그는 오히려 새로운 관점과 생각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되며, 이때부터 〈1808년 5월 3일〉을 비롯해 전쟁 등에 담긴 인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들을 다수 그리기 시작했다.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는 고야가 말년에 귀가 안 들리는 증세가 악화되면서 점차 세상과 격리된 채 집에서 홀로 지내며 그린 작품으로, 아들에게 왕좌를 빼앗길까 봐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 신을 그린 그림이다. 어느 날 고야에게 한 하인이 늘 어둡고 잔인한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묻자, 고야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야만인이 되지 말자는 얘기를 영원히 남기고 싶어서.”
이처럼 예술 작품에는 예술가의 삶과 철학, 감정이 녹아있다. 예술가들이 미술과 음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낸 메시지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걸작이지만, 후대에 영감을 주며 이어지고 사람들의 생각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생동하고 발전한다. 고야의 〈1808년 5월 3일〉에서 영감을 받은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프리다 칼로의 그림 〈비바 라 비다〉에서 제목을 따온 콜드플레이의 곡 〈비바 라 비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티브가 된 렘브란트의 자화상,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철길 옆의 집〉,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 등. 시대를 막론하고 명화와 명곡이 주는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한 위로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
각양각색 개성과 성격을 가진 39인 음과 색의 마술사들의 삶과 작품 속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가 에드워드 호퍼, ‘음악의 아버지’이자 ‘클래식의 시작이자 끝’이라 불리는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등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39명의 예술가들의 대표작과 그들의 일생에 관해 들려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이자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며 〈7과 3의 예술〉, 〈영화로운 예술〉 등의 미술·클래식 칼럼을 연재해오며 쌓아온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김희경 저자의 타고난 글솜씨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불운한 사고로 온몸이 부서졌지만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 악보를 제대로 볼 줄도 몰랐지만 오페라 무대를 휩쓸었던 세계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와 견제에도 ‘왈츠의 왕’이 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길고 깊은 어둠을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지켜내고 마침내 웃었던 렘브란트 판 레인. 불우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워 영원불멸의 걸작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용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고독과 아픔을 예술로 위로했던 이들도 있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감각적인 그림으로 표현해낸 호퍼, 화려한 물랑루즈에 숨겨진 어둠을 바라본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름답게만 보이던 파리 발레리나들의 슬픈 현실을 화폭에 담은 에드가 드가의 그림은 오늘날까지 큰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예술에 있어 가장 강렬한 영감인 사랑 덕분에, 그리고 사랑 때문에 느낀 다양한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도 있다. 단 6개월 만났던 연인을 잊지 못하고 평생의 사랑으로 간직했던 에릭 사티,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사랑한 음악가이자 ‘헤어질 결심’도 못한 채 아내로부터 외면당한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유명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으로부터 배신당하고 그의 그림자에 평생 가려졌던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편 남다른 매력을 뽐내며 사람들을 매료시킨 예술가들도 있다. 이들은 뛰어난 재능과 더불어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수많은 음악가들이 으뜸으로 꼽는 ‘음악가들의 음악가’ 바흐, 직속 상사로 모시고 싶을 만큼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내 꿈은 나”라고 했을 정도로 자신을 사랑했던 살바도르 달리, 스스로를 뽐내고 알리길 좋아했던 거리의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 자신의 후원자에게조차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늘 당당했던 귀스타브 쿠르베, 단원들을 대표해 “휴가 좀 보내달라”고 음악으로 외친 하이든은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지다.
그리고 머릿속에 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멀쩡한 사람 얼굴에 사과를 그린 르네 마그리트, 다른 사람의 초상화 작업을 하면서 그 그림에 해골을 그려 넣은 한스 홀바인, 댄스 삼매경에 빠진 유령과 축제를 벌이는 동물들 이야기로 클래식 음악을 만든 카미유 생상스, “물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실 그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시각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남기며 물의 세계에 흠뻑 빠져 창의력과 상상력을 온전히 투영한 그림을 그려낸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은 현존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저자는 예술은 결코 어렵거나 모호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39인 예술가들의 인생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생소하고 낯설었던 미술과 클래식에 한층 가까워진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