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인류가 지구라는 대지 위에서 살아오면서 집단과 집단 간, 국가와 국가 간의 대립, 그리고 생명의 원천인 지구 자연을 수탈하며 종속적 대상으로 치부함으로써 대지 야생과 문화, 인간과 인간을 분리하고 단절시켜온 반생명적 역사를 근원에서부터 반성하고, 붓다의 가르침인 ‘둘 아님’의 연기법과 공성(空性)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문명으로의 방향 전환에 대한 논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불이사상에 기초한 ‘둘이 아닌 세상’의 관점, 즉 불교적 사회사상을 중요한 축으로 하여 대지와 생명·인간·사물의 ‘둘 아님’의 새로운 문명세계를 건립할 것을 제안한다.
제목으로 쓰인 ‘활생문명’이란 인류 역사가 저질러온 자연수탈의 문명에서 생명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문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인류가 대지와의 ‘둘 아님’의 의미를 깨닫고, 온 생명의 생존과 번성을 위해 조화의 지혜를 발휘함을 말한다. 그래서 활생문명은 방생, 야생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를 넘어, 인간의 적극적 생명 살리기로 기운 생동하는 평화의 지구문명을 지향함을 목표로 한다.
2.
이 책은 모두 총 3부와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개요는 다음과 같다.
제1부는 문제의식과 탐구의 여정 부분으로, 먼저 도입부에서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학생운동부터 시민운동과 공적 활동을 거쳐 종교적 사회참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실제적 탐구와 모색의 과정을 소개하였다. 여기에 적시된 문제와 문제의식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중요 사항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1부 2·3장은 대과도기에 사는 현대인의 나침반으로서 불교와 그 현대적 조명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과 성공모델이 크게 흔들리고 현재의 지구 붕괴 위기 및 현대 문명의 혼미 상황에서 불교의 현대화에 미래를 향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불교에 잠재된 역량과 인류의 능력을 연결시킨다면 현대적 위기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제2부는 역사와 문명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부분으로, 역사적 현실, 현대 문명의 표층적 사태와 그 저변의 기조를 만들어온 사상적 심층을 연결시키면서 성찰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서양의 물질 중심적 사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이 포함된다.
제3부와 종장은 이 책의 핵심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제3부 ‘생각하는 사람들과 지구촌 시민에게 드리는 제언’에서는, 인류 역사는 출발에서부터 생성·선순환 프로세스와 생산편향 시스템의 원초적 부조화와 모순이 있었다고 진단한다. 원래 생성·선순환 프로세스는 대지와 생명의 순리에 따른 잠재력 발현, 즉 서로를 살려 나가는 지속과 활생의 과정이었다. 반면 생산편향 시스템의 동력은 처음부터 지구 자연의 대상화와 포획을 기반으로 한 물질력과 권력의 생산전략이었다. 이러한 재생산과 증식의 최대화의 귀결은 대지와 생태계의 생명 다양성 고갈과 황폐화였다. 그리고 지금 그 극대화의 지점에서 생산 편집증적 시스템과 그를 기반으로 한 문명의 지배력이 대지를 압도하며 세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기적 원리와 사실적 근거를 토대로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자유의 고도화를 통해 둘 아님 너머로 진일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시안을 제시하고 사회 제현들의 검토를 바란다고 제언한다. 제3부 3·4장 및 종장에 걸쳐 제안의 이유, 내용, 기대효과 그리고 추진전략 등 관련 사항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여기에는 대지활생 지향의 소수 되기 윤리, 생산편향 시스템에서 생성·선순환으로의 전환, 생태·인문운동과 사회·문화운동의 연결 등이 포함된다. 그리하여 결국 대지와 생명·인간·사물의 ‘둘 아님’의 세계인 활생의 문명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로부터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3.
이처럼 이 책은 현대세계의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문명사적으로 살피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진단하고,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되, 누구도 주체가 없다는 불교의 연기법과 공성에 주목하여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화쟁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이 바르게 사는 길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