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는 시구와 함께 가난한 친구 윤성이를 골탕 먹이려다 그만 윤성이의 택배를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택배 사연’을 무지개 택배에 접수한다. 하지만 배달받는 과정에서 옆집 할머니의 실수로 택배 안에 든 윤성이의 운동화와 시구가 주문한 똑같은 운동화와 섞여 버린다. 어떤 게 진짜 윤성이의 운동화인지가 알 수 없게 되었는데, 사이가 나빠진 성호와 시구는 급기야 진품과 위조품(짝퉁) 논란까지 벌인다. 한편 무지개 택배의 또 다른 배달원 명지가 같은 동네로 나온 것을 보고, 순지는 적잖이 당황한다. 두 명의 배달원이 한 물건을 배달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순지는 이틀 안에 운동화를 진짜 주인에게 무사히 배달할 수 있을까?
잃어버린 택배도 배달해 드려요! 무무무 무지개 택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택배 주문과 몰려드는 그림자 배달원. 그간 배달원들을 살뜰히 챙겨 온 왕 대장은 신설 팀을 만들고 배달원의 고충을 줄여 주기로 했다.
우선 늘어나는 택배 업무에 따라 새로운 2팀을 신설했는데, 2팀의 업무가 바로 ‘잃어버린 택배를 찾아 배달하는 것’이다. 또한 각 팀 배달원이 (다른 규약 때문에 부딪힐까 봐) 따로 지낼 수 있게 기숙사도 분리했다. 사무실도 깔끔하게 고쳤다. 또 배달원들에게는 큰 택배도 거뜬히 담을 수 있는 마법 가방과 지도 앱이 깔린 스마트폰이 추가로 제공된다. 길을 못 찾던 1권 주인공 깍지 같은 그림자들을 위해서다.
증축을 해야 할 정도로 무지개 택배에 그림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설정은, 요즘 어린이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스마트폰 중독, 자존감 하락, 자기 비하 경향, 가족 붕괴 등)을 반영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 속에 잔잔히 흐르는 성호의 심경 변화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성장한다는 희망을 말한다.
진짜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
가짜와 진짜의 문제, 비단 운동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평소에 잘 어울리며 말썽 짓을 함께 하던 시구와 성호는 윤성이 택배 분실 사건으로 인해 아는 사이보다 못한 관계가 된다. 친구라고 여겨서 잘 어울렸지만, 어떤 갈등이 일어나자 서로를 탓하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이 진짜 친한 친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서로를 의지하는 것을 애초에 거부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음을 아는 작가는 그것을 간파하고 그러한 등장인물을 만들었다.
우정의 관계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 택배 배달원 순지와 명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평소 왕대장의 신임을 얻는 명지, 그에 반해 순지는 자기는 명지에게 뭐든 순발력 있게 잘한다고 칭찬받았지만, 어른의 칭찬을 받는 친구가 자기보다 잘나거나 성공하면 배가 아프다.
윤성이의 운동화와 똑같은 운동화가 동시에 배달되어 섞이자, 각자의 것을 찾는 중에 가짜 브랜드, 일명 짝퉁 이야기가 나온다. 성호(성호가 찾는)의 운동화 가짜일 것이라고 말하는 시구. 사실은 자기가 산 운동화가 가짜이면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가짜, 진짜의 논란은 배달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진짜를 갖고 싶은 마음, 아니 진짜가 아니라면 진짜인 척하고 싶은 마음은 비싼 운동화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친구 관계, 우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책은 택배의 분실이라는 큰 소동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우정과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한 어려움을 넘어서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 박현숙 저자는 자신이 영리하게 지어 놓은 이야기 미로 안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독자들에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듯, 마지막까지 책에서 손을 못 떼게 한다. 아이들의 무의식에 깔린 욕구에 깊이 천착하는 동시에, 읽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아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박현숙 작가의 글쓰기는 무지개 택배 2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